[기업]삼성전자 자사주매입 효과 논란

  • 입력 2002년 8월 5일 17시 38분


삼성전자의 1조원대 자사주 매입을 바라보는 ‘여의도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시의적절한 조치라는 긍정론과 비용에 비해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부정론이 팽팽하다.

시장에선 이번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더라도 주가 하락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7월 중순 반도체값이 하락하면서 불거진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도 어느 정도 잠재우는 데 공헌했다는 지적이다.

즉,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1조원어치나 사들임으로써 △자사주가 저평가됐다는 인식과 △막대한 자금능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6월 반등했던 반도체값이 다시 급락하고 있는데다 7월말 현재 전환가격이 각각 26만원, 10만8000원대인 해외전환사채(CB)가 171만주나 있어 특단의 조치가 없었다면 주가는 폭락할 수도 있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극히 일부에선 주가가 오를 가능성도 제기한다. 동부증권 김성노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는 과거 5차례 자사주를 사들였으며 이 기간 주가는 평균 22%, 종합주가지수는 7.9% 올랐다”면서 “1조원의 신규 자금이 시장에 들어온 것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지나치게 시장을 낙관하고 있으며 자사주 매입은 매도 시기만 찾고 있는 외국인에게 팔 기회를 줄 뿐이라는 것.

4월에도 삼성전자가 주당 35만∼38만원에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사들이자 외국인들은 이에 맞춰 94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당시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외국인에게 ‘멍석을 깔아주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자사주 매입이 지나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걱정도 있다. 동양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개인용 컴퓨터(PC) 수요가 하반기에만 8% 이상 증가해 반도체값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는 동양증권의 전망인 4%를 두 배 웃도는 것이며 대만 등 대다수 반도체업체들의 예상과도 상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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