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회계기준이 너무 자주 바뀌며 내용이 복잡하다”고 주장하고 일부 투자자나 채권자는 “기업 정보가 대폭 줄어든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새 회계기준을 만든 한국회계연구원은 “국제적 기준을 받아들여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며 이미 개정 절차에서 다양한 의견을 모았다”고 반박한다.
▽기업들의 불만〓기존의 기업회계기준을 대체해 한국회계연구원이 만든 기업회계기준서는 모두 9호까지 있다. 1호는 이미 적용되고 있고 2∼9호는 2003년부터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 가운데 기업들이 문제삼는 것은 9호와 4호.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附)사채의 회계처리를 규정한 9호는 90년 이후 벌써 네 번째 개정이다. 이들을 일반 사채(채무)로 보는 ‘부채법’과 주식으로 전환될 부분을 따로 떼어 자본으로 보는 ‘가치인식법’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것.
임태경(林泰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무는 “미국이 부채법을 쓴다고 한국도 부채법으로 고쳤고 이번에는 미국이 가치인식법으로 바꾸려고 하자 한국이 먼저 바꿨다”며 “회계기준 개정의 기준이 미국이냐, 아니면 경제적 실질성이냐”고 반문했다.
주식으로 전환될 부분을 어떻게 계산하는지가 복잡해 오히려 부실회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병성(崔柄星) 원로 공인회계사는 “새 회계기준이 논리는 맞을지 모르지만 큰 실익이 없이 복잡하기만 해 실무자가 거짓말을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경호(金景浩) 한국회계연구원 상임위원은 “국제회계기준(IAS)인 가치인식법이 논리적으로 우수해 개정한 것이지 미국에 휘둘린 것은 아니다”며 “전환될 주식의 가치를 계산하는 데 자의적 요소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상사나 유통업계는 또 회계기준서 4호가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시행을 늦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명분이 약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A무역회사나 B백화점은 그동안 C회사의 물건을 대신 수출하거나 매장만 빌려주고도 C회사의 매출을 자사의 매출액으로 계상해 왔지만 내년부터는 수수료만 매출액으로 계상할 수 있다.
기업들은 매출액이 줄어 대외신용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새 방법이 국제회계기준에 맞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해관계자들의 불만〓한국회계연구원은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항목 가운데 투자자에게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것을 없애거나 표지가 아닌 주석에 명시토록 했다.
이정조(李定祚) 21세기리스크컨설팅 사장은 “회계정보의 이용자인 투자자와 채권자가 기업정보를 충분히 얻고 회사들을 비교할 권리를 현저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진영(崔晋榮)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장은 “정보작성자(기업)의 입장과 정보이용자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와 관련한 회계기준의 개정 연혁 | ||||
일시 | 개요 | 내용 | ||
1990년 3월이전 | 전부 부채법 적용 | 일반사채와 동일하게 부채법으로 회계처리 | ||
1990년 3월 | 전부 가치인식법 적용 | ‘액면상환조건 및 상환할증금지급조건’ 전환사채 모두 전환권 가치인식법으로 회계처리 | ||
1996년 3월 | 일부 부채법 적용 | ‘액면상환조건 전환증권’은 부채법으로 회계처리 | ||
1999년 12월 | 전부 부채법 적용 | ‘액면상환조건 및 상환할증금지급조건’ 전환사채 모두 부채법으로 회계처리 | ||
2002년 2월 | 전부 가치인식법 적용 | 1990년3월∼1996년 2월의 방식으로 되돌아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