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과일-야채도 맞춤생산 “늘 같은 맛이죠”

  • 입력 2002년 8월 15일 17시 42분


과일과 야채고르기는 ‘스릴있는’ 일이에요. 아무리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이것저것 들었다 놨다 해봐도 결국 먹어보기 전까지는 맛을 알 수 없으니 말이죠. 기대감을 가지고 한 입 베어 문 수박이나 참외가 퍼석퍼석한 무와 별 다를 바 없어 실망한 경험들도 있으실 거예요.

최근에는 과일이나 야채도 크기 무게 맛 색 당도 등을 공산품처럼 동일하게 맞추는 기술들이 개발돼 ‘스릴’이 다소 줄었어요. 과일도 캔음료 고르듯이 어느 것이나 집어도 같은 수준의 품질이 보장되도록 관리하는 것이죠.

신세계이마트는 생산지에서 ‘비파괴 당도계’라는 장비를 사용해요. 자르지 않은 상태에서 규격 무게 당도 색을 판독하는 기구인데요, ‘표준치’가 안되는 과일을 골라내는 것이죠.

야채는 미리 씻어 손질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규격화’ 문제를 해결했어요. 껍질을 벗기고 다듬을 것을 다 다듬은 후 중량대로 똑같이 포장을 하니까요.

전남 광양, 경기 평택 등지에서 재배되는 ‘태극 애호박’과 ‘태극 오이’는 공산품 같은 야채의 대표선수 격이에요. 표면에 독특한 태극 무늬가 새겨져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요, 어린 애호박과 어린 오이에 특수 제작된 캡슐을 씌워서 재배해요.

캡슐 모양대로 틀에 맞게 자라니까 크기와 중량이 일정하고요. 농약이 거의 묻지 않고 육질이 단단해 고급 백화점 식품관에서 인기를 끌어요.

태극 브랜드가 있는 상품은 일반 오이나 애호박보다 20∼30% 비싸요. 현대백화점에서 팔고 있는 태극오이는 개당 630원이에요.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최보규 바이어는 “농산물도 브랜드 시대가 되면서 품질과 규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중요해졌다”고 이야기해요. 모양과 맛이 들쭉날쭉하면 브랜드의 신뢰가 떨어질 테니까요.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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