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전자업계 통신업계 등의 국내 주요기업들이 상반기에 사상 최고의 경영실적을 내자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부담’까지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어 앞으로 재무구조가 좋아질 움직임이다. 이는 이전에 분식회계를 통해 이익을 부풀려온 관행과는 반대의 움직임.
올 상반기 매출액 12조3192억원, 순이익 8934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현대자동차는 18일 미국 판매 차량의 보증수리 충당금 5890억원과 유럽연합(EU)이 시행할 예정인 폐차처리 충당금 2244억원 등을 비용으로 반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판매보증 충당금이란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에 대해 10년간 10만마일 수리를 보증해 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부담.
상반기에 좋은 실적을 낸 기아자동차도 이번에 EU의 폐차처리에 필요한 충당금을 150억원 쌓았다고 밝혔다.
상반기에만 3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삼성전자도 최근 해외투자 손실준비금으로 1649억원, 수출손실준비금으로 1677억원 등을 쌓아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4분기(10∼12월)에도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처리하기 위해 1300억원을 판매보증 충당금 명목으로 회계장부에 반영했다. 3800억원의 상반기 순익을 올린 LG전자도 판매보증 충당금으로 402억원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또 SK텔레콤 주식 623만주를 최근 매각해 1조7611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SK㈜는 매각대금 가운데 1조2000억원으로 빚을 갚아 부채비율을 6월 말 현재 152%에서 126%로 낮추기로 했다.
SK㈜측은 “차입금 감소로 내년 이후 매년 500억원씩 이자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이 891억원이었던 현대건설도 보유중인 대한주택보증 주식에 대해 평가손 303억원을 반영하고 기타 자회사 지분과 관련해서도 지분법 평가손 212억원을 계상, 잠재 부실요인을 크게 줄였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건설하다 중단한 ‘제2 미니밀(전기로)’의 장부가격 가운데 1000억원을 상반기 결산에서 손실로 처리했으며, INI스틸은 상반기 결산에서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지난해 상반기보다 20억원 더 적립했다.
강관제조업체인 현대하이스코는 받아내기 어려운 빚을 가급적 현실대로 인정해 상반기에만 65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또 베트남에 세운 강관제조 현지법인에 대한 투자금 77억원도 상반기 결산에서 모두 손실로 털어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