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부동산 음식숙박업에 몰린다

  • 입력 2002년 8월 19일 17시 17분


제조업에 쏠려있던 은행 대출이 부동산 및 임대사업, 음식숙박업 등으로 급속히 대상을 넓혀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의 중심이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업으로 빠르게 옮아가는 것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은행들이 산업부문에 빌려준 돈은 모두 199조7728억원으로 10년 전인 92년말(79조9487억원)에 비해 2.5배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개발 및 임대서비스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금은 10년 동안 24.0배로 급증해 산업별 증가율에서 가장 높았다. 또 음식숙박업은 92년말에 비해 12.4배로, 전기 가스 수도업은 4.6배로 늘어나는 등 3차 산업에 대한 대출금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이 기간에 제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금은 2.0배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컴퓨터 등 사무계산 및 회계기계는 3.2배로, 영상 음향 통신기기는 3.2배로, 의료 정밀 광학기기는 2.9배로 늘어났지만 경공업인 의복 신발 가방은 1.3배로, 목재 나무제품은 1.3배로, 섬유는 1.6배로 늘어나는 데 그쳐 산업별 위상변화를 그대로 반영했다.

특히 1차 산업인 광업에 대한 대출금은 1.2배로, 어업은 1.7배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농업 및 임업은 구조개선을 위한 시설자금 지원이 크게 늘면서 대출금이 2.3배로 증가했다.

한편 은행들이 외환위기 후 상대적으로 기업에 비해 위험이 적은 가계대출에 집중하면서 은행 총대출금 가운데 산업이 차지하는 대출금 비중도 92년 77.8%에서 지난해 55.9%로 크게 낮아졌다.

박천일 한은 통화금융통계팀 차장은 "경제활동이 다양해지면서 은행대출의 제조업 편중현상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며 "특히 외환위기 후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부동산 음식숙박업 등에 규제를 풀면서 이들 산업에 대출금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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