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에 10여 년 전부터 들어와 영업해온 와이셔츠 매장의 맞춤 고객 비중은 지난해까지 5∼10%에 불과했으나 최근 30∼40%까지 급증했다.
또 백화점 숙녀복 매장에도 소매 길이, 허리 등에 대해 ‘제한적 맞춤’을 실시하는 브랜드가 최근 1, 2년 사이 크게 늘었다.
구두는 이런 흐름에 잘 적응한 대표적 상품. 고객 특성에 따라 굽 높이 등 사이즈 교정, 디자인 변경, 소재 변경을 할 수 있다. 조이, 펜디, 비스, 트랜드북, 키사, 닥스 등이 맞춤 서비스를 하는 브랜드다. 기성화보다는 2만∼3만원 정도 비싸지만 지난해부터 고객이 폭발적으로 늘어 현재 절반가량의 손님이 맞춤 서비스를 받고 있다.
신세계 잡화팀 허욱 구두 바이어는 “97년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었을 무렵 맞춤 서비스가 와이셔츠에서 구두, 샌들로 확대되다 외환위기 후 주춤했다”면서 “다시 맞춤 열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속옷 매장의 브래지어는 기존의 A, B, C 3종류에서 D, E 등 5종류로, 팬티는 3종류에서 7종류로 다양해졌다. 입맛에 맞게 즉석에서 양념을 달리 할 수 있는 식품도 많이 생겼다.
이런 흐름은 ‘입고 먹는 분야’뿐만이 아니다. 컴퓨터는 이미 맞춤 상품이 보편화됐고 최근 2, 3년 전부터 금융권에는 고객별로 재테크를 해주는 프라이빗 뱅킹 열풍이 불고 있다.
통신업체들은 문자서비스나 데이터통신 등 고객의 사용 패턴에 따라 요금 체계를 수십 가지로 나누어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또 건설업계는 아파트를 지을 때 집안 구조나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는 설계를 도입하는 추세다.
LG경제연구원 김재문(金在文) 연구위원은 “나만의 상품 추구는 명품(名品)에 대한 열망과 함께 최근 소비패턴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면서 “개인별 맞춤화는 세계적으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