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궁금해 하지만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협상능력’을 갖추고 ‘발품’을 많이 팔수록 싸게 살 확률은 높아집니다. 물론 싸게 샀다는 것은 주관적 감정이라 공짜로 받지 않는다면 어느 경우도 절대적으로 싸다고 볼 수 없죠.
상인들은 싸게 판다는 느낌을 고객에게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격표가 한 예인데요, 용산전자상가 등 전문상가들의 가격표는 고객과의 심리전을 위한 장치로 활용됩니다. 사람들은 일단 가격표를 보면 깎을 수 없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활자(活字)의 마력이죠. 그런데도 할인을 받게 되면 만족감은 커집니다.
또 같은 물건이라도 100만원으로 가격표가 붙여진 것을 20만원 깎아 80만원에 샀을 경우와 80만원으로 붙여진 것을 5만원 깎아 75만원에 샀을 때 어느 쪽을 더 싸게 샀다고 느낄까요.
마케팅 전문가들에 따르면 75만원을 주고 살 때보다 80만원을 줬을 때가 더 싸다고 느낍니다. 이 때문에 가격표는 업체에는 참 중요합니다. 물론 가격표를 터무니없이 높게만 걸다가는 ‘바가지 업체’로 소문이 나게 되죠.
다른 곳에서 더 싸게 팔면 차액의 2배를 돌려준다는 할인점들의 ‘업계 최저가 보상제’나 백화점들이 사철 내내 벌이는 ‘바겐세일’도 사실 비슷한 맥락입니다.
할인점들을 서로 비교해 보세요. 가격이 다른 게 참 많습니다. 하지만 차액이 2배라 해도 몇 천원 수준이고 번거롭게 할인점을 오가면서 차액을 돌려 받는 사람은 드물죠. 한 할인점에 물어 보니 최저가 보상제로 나가는 비용이 한 달에 1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반면 최저가란 말이 주는 효과는 대단합니다.
결국 싸게 사는 길은 한가지밖에 없습니다. 발품을 많이 팔아 시장 조사를 하는 것뿐이죠.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