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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맡은 현대상선의 경영은 직접 챙긴다. 이달 10일 유럽 해운사(WWL)와 현대기아차가 공동으로 설립하는 해운사에 자동차운송 사업부문을 15억달러에 매각키로 한 것은 정 회장의 작품.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올 초 상선의 돈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채권단에 섰던 1000억원대의 개인보증에서도 풀려난다.
재계는 정 회장의 행보를 경영권 복귀의 신호탄이 아닌가 보고 있다. 정 회장은 대북 사업에 관여한 뒤 경영이 점차 어려워지자 2000년 3월 이후 칩거하다시피 했다. 올 3월 상선의 비상임이사로 돌아온 뒤에도 대외활동을 기피해 왔다.
정 회장의 행보는 측근 인사에서도 나타난다. 현대증권은 최근 자양동 지점의 횡령사건이 터지자 곧바로 홍완순 대표이사 부회장을 퇴임시키고 정 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안홍환(安洪煥) 강연재(姜年宰)씨를 각각 전략지원부문장(전무)과 경영관리본부장(상무)으로 선임했다. 이에 앞서 정 의장의 신임이 두터운 현대택배의 강명구(姜明求) 부회장이 올 봄 현대종합상사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정 회장의 경영권 복귀에는 걸림돌이 수두룩하다. 8조원에 가까운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는 현대증권과 현대투자증권의 처리가 난제 중의 난제. 미국 AIG에 팔려고 협상을 벌였던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았다. 향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터에 괜히 그룹 회장으로 올라섰다가 또다시 경영 책임론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동생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대선 출마 문제도 걸림돌이다. 10년 전처럼 그룹이 선거판에 휩쓸리면 가뜩이나 금융권 지원이 아쉬운 상황에서 오히려 화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