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카드로 고민하는 분’을 찾는 광고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A씨가 하는 일이 바로 이런 것이다.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오는 고객은 대부분 신용불량자들이다.
고객이 찾아오면 A씨는 빚 갚을 능력 등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 질문을 꼼꼼하게 던진다. 놀랍게도 고객 중에는 높은 소비성향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됐지만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봉급생활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괜찮은 고객이면 카드를 담보로 잡고 카드 빚을 대신 갚아준다. 대부분 1000만원 정도의 빚이다. A씨가 받는 대가는 선이자 10%. 이렇게 해서 정지됐던 카드 기능이 살아나면 이 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상품권 취급 업자에게 모두 넘긴다. 당초 1000만원을 대신 갚아줬다면 A씨는 선이자 10%를 포함한 액수인 1100만원을 상품권 값으로 받는다.
상품권을 다루는 업자들과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의 과정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카드는 고객에게 돌려준다.
이런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모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A씨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10%의 선이자를 받는다. 상품권을 할인해 사들인 업자는 약간의 이익을 붙여 되팔아 이익을 남긴다. 그리고 신용불량자인 고객은 목돈을 갚아 신용을 되살린 뒤 상품권 구입 금액을 매달 분할해 갚아간다.
A씨에게는 본사가 있다. 본사는 은행 등 금융기관과 관련된 일을 처리해 주고 A씨가 받는 선이자 10% 중 2%를 떼어간다.
A씨나 그의 본사, 상품권을 사들이는 업자는 모두 변칙 사채업자이다. 이런 방식으로 A씨는 한 달에 최소한 1000만원을 번다. 이런 변칙 시장의 출현은 법을 아무리 보완해도 현실은 더 멀리 달아나곤 하는 현상을 잘 보여 주는 사례이다.
이르면 10월부터 시행될 대부업법도 마찬가지이다. 사채이자 상한선을 연 66%로 규제한 것은 어디까지나 법 테두리 안의 일이다. 그러나 현실이 법 테두리 안에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대부업법이 시행돼도 불법 사채는 모습을 바꿔 여전히 판을 칠 것이다.
이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상품권이 사채업의 새로운 매개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아마도 1년쯤 뒤 정책당국은 상품권을 규제하는 대책을 다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김상영 경제부 차장 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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