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은행 인수자로 결정된 하나은행의 김승유(金勝猷·59) 행장은 뜻밖에도 먼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금융은 위험관리가 생명입니다. 고객의 소득, 취미, 소비성향 등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다면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죠.”
그는 SK텔레콤과 KTF가 휴대전화에 대금결제 기능을 결합하는 추세가 가장 두렵다고 했다.
1000만명이 넘는 휴대전화 가입자의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신용카드 분야에 진출하면 기존 은행과 카드사가 갖고 있는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보기 때문.
하나은행을 금융지주회사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됐다. 은행 증권 투신운용 보험 등의 고객정보를 모아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관리경영(CRM)을 강화하겠다는 것.
“금융지주회사가 아니고는 자회사끼리 금융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김 행장은 은행의 총자산이 100조원은 넘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제일은행과의 합병협상이 깨진 뒤 적극적으로 서울은행 인수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서울은행에서 많은 고객이 떠났지만 합병 후 이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펴겠습니다.”
그는 35년간 금융인 생활을 통해 ‘경쟁력은 경쟁을 통해서만 키워진다’는 진리를 얻었다고 한다. 그와 함께 길을 걸어본 사람은 그의 걸음이 워낙 빨라 놀란다. 업무처리에서도 스피드를 중시한다. 고서화(古書畵)를 감상하고 수집하는 게 망중한(忙中閑)의 취미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