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체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악재(惡材)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분양해야 할 물량은 쌓여 있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악재의 시작은 6월 열린 월드컵 경기. 통상 6월은 최고의 아파트 분양시즌이다.
하지만 월드컵 열기가 예상보다 뜨겁게 달아올라 분양을 연기하는 업체가 속출했다.
7월 들어서는 휴가와 장마가 주택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다.
휴가가 마무리되는 8월 중순부터는 전열을 정비해 다시 분양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때 아닌 게릴라성 호우와 태풍이 가로막았다. 모델하우스를 못 지어 분양을 미루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지난 주 한국을 강타한 태풍 ‘루사’는 멀쩡하게 서 있는 모델하우스를 날려버릴 정도여서 분양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게 주택업체들의 하소연이다.
기상청은 이 같은 태풍이 앞으로 몇 개 더 있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9월에도 분양이 순조로울지는 의문이다. 21일 추석이 버티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쌍용건설은 8월로 예정했던 경기 수원시 망포동 아파트 549가구와 경기 안성시 진사리 아파트 784가구 분양을 9월 말로 늦췄다.
이 회사 최세영 과장은 “올 초 부동산 경기가 좋아 여름 비수기 없이 활발하게 분양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년보다 비수기가 훨씬 길다”며 “계속된 장마와 태풍으로 모델하우스를 짓지 못해 결국 9월 말에야 본격적인 분양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수해(水害)로 경남 김해시 장유지구 ‘대우 드림월드Ⅱ’ 아파트의 분양시기를 8월 말에서 9월 말로 연기했다.박형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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