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사장 노정익씨 선임…몽구-몽헌회장 화해 신호탄?

  • 입력 2002년 9월 4일 17시 21분


노정익(盧政翼·49) 전 현대캐피탈 부사장이 현대그룹 핵심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최고경영자로 선임됐다.

현대상선은 4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장철순(張哲淳)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노 전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신임 노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 조지워싱턴대 대학원(회계학 전공) 등에서 공부했으며 선물거래중개사 증권분석사 등의 자격증을 가진 재무 전문가.

재계는 이번 인사가 ‘MK, MH 회장의 화해 신호탄’인지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 노 사장이 2000년 봄 ‘왕자의 난’으로 불렸던 현대그룹의 경영권 다툼 이후 정몽구(鄭夢九·MK) 회장 계열인 현대캐피탈의 부사장을 지냈기 때문.

노 사장은 경영권 다툼 도중에 MK 회장에 의해 전격적으로 현대증권 사장으로 발탁됐다가 정몽헌(鄭夢憲·MH) 회장을 지지했던 이익치(李益治) 회장이 증권으로 복귀하는 바람에 현대캐피탈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현대상사 현대증권 등 MH 회장의 현대 핵심계열사를 자회사로 둔 실질적인 지주회사.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달 현대상선의 자동차운송 사업부문을 스웨덴 회사와 함께 인수, 넉넉한 인수대금을 주기로 함으로써 현대상선의 자금난을 덜어줬다.

이런 흐름 때문에 MK, MH 회장이 화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 사장이 MK 계열인 캐피탈에 몸담긴 했지만 그룹 구조조정본부 부사장 시절부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진 않았다”면서 “MK, MH 회장은 이미 화해한 것으로 알고 있고 노 사장 인사를 이것과 굳이 연결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노 사장을 발탁하기에 앞서 MK 회장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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