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차례용품은 사실 예년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제일 큰 이유가 예년보다 열흘 정도 추석이 빠른 겁니다. 겨우 열흘 남짓 때문에 작황이 달라질 정도냐고 생각하시겠지만 농작물에서 이 정도 기간은 상품의 질과 크기를 결정하고도 ‘남는’ 긴 시간입니다.
사과나 배는 하루 볕에도 맛과 크기가 달라질 정도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한창 익기 시작할 때는 말이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는 꽃이 필 무렵에 ‘냉화(冷禍)’까지 입어 상품이 예년보다 좋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올해 차례상에 매년 올랐던 탐스러운 과일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정육 가격도 만만찮습니다. 올 초 설 명절에 정육은 사상 최고가를 형성했습니다. 20여년 동안 축산물을 사온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 정도로 올랐던 때가 없다”고 말하더군요. 현재 몇몇 유통업체에서 나온 전망을 종합하면 추석 정육 가격도 설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일본에서 광우병 파동으로 한국 농민들이 죄다 소를 내다 판 데다 올 초부터 건강식 바람이 불었고 여름에는 구제역이 생기는 등 상황이 계속 나빠 농민들이 소를 안 키웠기 때문입니다.
선물로 많이 나가는 멸치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주 생산지인 남해안에 멸치가 예년보다 턱없이 적습니다. 8월 내내 때늦은 장마가 이어진 데다 남부지방에 집중되면서 남해 바닷물의 소금기가 낮아졌습니다. 해마다 멸치 배로 북적이던 삼천포 앞바다가 썰렁하다고 하네요.
그나마 작황이 좋은 것은 송이버섯밖에 없습니다. 8월 장마로 수분이 충분하고 날씨도 버섯이 자라기 좋을 정도로 선선해 송이는 풍년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일종의 바로미터 격인 잡 버섯들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답니다. 이왕이면 대풍(大豊)으로 일반 가정에서도 큰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송이 가격이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헌진 경제부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