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차 2200만원,신사복 1500만원

  • 입력 2002년 9월 5일 16시 50분


'메가 프라이스(Mega-Price)' 상품들이 뜨고 있다.

메가 프라이스 상품이란 기존의 최고가 상품들보다 두세 배에서 수십 배까지 비싼 초(超)고가 상품을 말한다.

이들 상품을 만들거나 수입하는 업체들은 대량 판매는 불가능하지만 '만족할 만큼'의 판매는 자신하고 있다.

▽어떤 상품들이 있나=장난감 판매업체 '토이매니아몰(toy.maniamall.co.kr)'은 지난달부터 2200만원짜리 장난감 자동차를 판매중이다.

미국에서 수입한 이 장난감 자동차는 어린이 두 명이 함께 탈 수 있고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의 2.3마력 엔진이 달려있다. 3단 기어에 휘발유가 연료이며 최고 시속 24㎞.

토이매니아몰 정동욱(鄭棟旭) 사장은 "미국 내 모 제작업체가 주문량 만큼만 수작업으로 만든다"며 "중동 국가의 한 왕자가 사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수입명품업체 로로피아나코리아는 1500만원짜리 신사복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고객이 주문을 하면 이탈리아 본사에서 최고급 원단과 특급 디자이너들이 만들어 국내로 다시 보내준다. 수입 명품 신사복의 가격이 200만∼300만원대인 점을 고려할 때 무려 5배 이상 비싸다.

로로피아나코리아 관계자는 "호주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양털을 이용한 원단을 쓰는 데다가 디자인과 수제(手製) 공정 전부를 특급 신사복 전문가들이 담당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진(Jean) 브랜드 '마르떼 프랑소와 저버'를 수입하는 유로물산은 올 가을 신상품으로 89만9000원짜리 청바지를 선보였다.

일본과 미국에서 수입한 원단에, 세계적인 크리스털업체 스와로브스키사(社)의 크리스털 큐빅 100여개로 장식을 했고 단추는 백금으로 도금했다. 사이즈는 27, 28인치 두 종류밖에 없다.

▽누가 사나=메가 프라이스 상품의 주 수요층은 역시 우리 사회 '0.1%'에 해당하는 상류층이다.

올해 6월 미국 투자금융사 메릴린치가 발표한 '세계의 부(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의 백만장자(금융자산 100만달러, 한화로 11억9000여만원 이상) 수는 5만여명에 이른다.

LG경제연구원 김재문(金在文) 연구위원은 "경제 성장에 따라 국내 상류층의 인구가 늘고 있고 그 안에서도 상·중·하로 소비층이 나뉘고 있다"며 "일반인들도 명품을 쉽게 구입하면서 상-상류층은 명품 이상의 특별한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가 프라이스 상품들의 판매실적은 아직 신통치 않다.

2200만원짜리 장난감 자동차는 아직 한 대도 팔리지 않았고 1500만원짜리 신사복은 손에 꼽을 정도로만 팔렸다. 89만9000원 짜리 청바지도 현재 단 한 벌만이 판매됐다.

하지만 각 판매회사들은 느긋하다. 한두 개만 팔아도 수익은 일반 상품 수십개를 판 것과 맞먹고 이들 상품을 판매 목록에 올린 것만으로도 브랜드 제고 효과는 충분한 것.

유로물산 이금택(李錦澤) 이사는 "메가 프라이스 상품의 등장은 상류층의 낭비가 아닌 소비사회의 다양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또 메가 프라이스 상품의 수요가 커질수록 국내 기업들의 고급제품 제조능력과 상품화 능력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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