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상품 뜰까 안뜰까 강남에서 결정난다?

  • 입력 2002년 9월 5일 18시 25분


《고급의류에서 음식 잡화에 이르기까지 하루에도 수도 없이 쏟아지는 신상품. 하지만 이런 상품들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서울 강남’이라는 시험무대를 거쳐야만 한다. 강남의 소비리더들에게 외면당하는 상품은 살아남기 어렵다. 고급 고가의 브랜드일수록 이른바 ‘강남의 법칙’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운다.》

▽‘신문물’을 보려거든 강남에 가라?〓올 신발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스니커즈는 운동화의 편리함과 구두의 패션을 조합한 신세대 스타일의 신발. 스니커즈의 인기몰이는 작년 초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들어선 ‘플랫폼’이라는 전문매장에서 비롯됐다.

개장하자마자 월평균 8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강남의 패션리더들에게 ‘합격’ 평가를 받자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등 스포츠 전문사들이 생산에 나섰다. 최근엔 정장 구두를 생산하는 업체에서도 정장형 스니커즈를 내놓으면서 ‘스니커즈룩’이라는 패션스타일을 정착시켰다.

지난해 가을 첫선을 보인 미국의 신생 시계브랜드 ‘테크노 마린’도 강남을 택했다. 시계 안에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어 1000만원을 웃도는 고가브랜드이지만 하루에도 2, 3개씩 꾸준히 팔려나가 강남에서만큼은 장사가 된다. 테크노마린은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2호점을 열었다.

고급의류브랜드는 강남의 유명 백화점 매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

영캐주얼브랜드 미스식스티와 바닐라B 등은 작년 다른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입성했다. 1년 동안 상품 소비자 테스트를 거쳐 가능성을 검증 받은 두 브랜드는 올 가을 매장 개편 때 서울 강북점을 포함한 2, 3개 지역 점포로 확대됐다.

8월 말 신세계 강남점에 고가 스포츠용품 전문업체 ‘피닉스’ 1호점을 낸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고가브랜드 수입업체들이 강남을 겨냥하는 것은 20, 30대의 강남거주 고객들의 소비력이 왕성한 데다 새 상품의 수용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면서 “강남에서 먼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유행이 되고 품질을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강남 상권을 신상품의 시장반응조사를 위한 시험무대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먹을거리도 역시 강남〓3월 백화점 매장에 외국음식을 싸갈 수 있는 테이크아웃 코너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신세계백화점은 초기만 해도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다. 식품에 대해 보수적 성향이 강한 국내소비자들의 깐깐한 입맛 때문. 하지만 당초 우려와는 달리 이 매장은 하루 평균 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코너가 됐다. 특히 일본식 호두과자인 다코야키코너는 별도의 홍보 없이도 2평 남짓한 매장에서 하루 4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케이크를 고기통구이처럼 막대기에 걸어놓고 판매하는 독특한 디스플레이로 유명한 독일식 케이크 전문매장 ‘나무테이야기’도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고객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에서 잘 팔리는 신제품이 반드시 수입제품만은 아니다. 현대백화점은 전통떡을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낱개로 포장해 맛과 품격을 높인 ‘안정현의 솜씨와 정성’ 등 떡집을 열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새로 연 경주특산물 ‘경주빵’도 이 지역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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