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배극인/자동차시장 ´경쟁의 힘´

  • 입력 2002년 9월 8일 18시 02분


현대자동차가 뉴EF쏘나타와 아반떼XD의 차량 가격 30%를 3년 후 중고차로 반납하거나 할부금 형식으로 낼 수 있는 ‘현대 오토세이브 리스’를 9일부터 실시한다. 기아자동차도 이달부터 기아 노블레스 카드 보유자에게 선수금을 카드로 결제하면 50만원을 되돌려주는 행사를 시작했다. 캐피털사 등 할부금융사가 과거 이와 유사한 상품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가 소비자를 위해 직접 리스 상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 회사들의 ‘소비자 만족’ 경쟁이 되살아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나홀로 독주를 해온 현대·기아차가 이처럼 파격적인 판매 방식을 내놓게 된 것은 국내 자동차시장에 경쟁분위기가 고조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SM3로 구색을 다양화하면서 차량 가격의 45%를 3년 뒤 중고차로 대신 낼 수 있도록 해 중고차 값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이미 실시중이다. 대우자동차 역시 10월 GM대우 출범에 맞춰 신차 J-200(프로젝트명)을 시장에 내놓고 파상 공세에 나설 예정이다.

수입차들의 도전도 거세졌다. 대우자동차판매가 8월부터 GM과 손잡고 수입차 시장에 뛰어들었고 BMW코리아, 한국토요타 등 수입차업체가 잇따라 국내 전시장과 애프터서비스망을 넓히면서 최고 판매기록을 매달 경신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 자동차 시장이 다자 구도로 재편되면서 생산자 시장에서 소비자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번 상품을 내놓게 된 배경과 관련해 “특별소비세 인하조치 폐지에 따른 보상을 해주려는 대책”이라고 공식 설명했다. 현대차 영업소에 근무하고 있는 한 과장은 “소비자 주권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로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과 시장이 강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비자를 ‘왕의 자리’에 앉혀주는 데 있어 소비자 주권 운동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경쟁이다.

배극인기자 경제부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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