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高배당株 알고보니… 그림의 떡?

  • 입력 2002년 9월 8일 19시 39분


식품업체 동원F&B는 지난해 액면가의 30%, 순이익의 34%를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줬다. 앞으로도 순이익의 30%는 꾸준히 배당한다는 방침이다.

LG생활건강도 지난해 액면가의 20%, 순이익의 32%를 배당했다. 조명재 사장은 “예상 순이익을 벌어들이면 올해도 액면가의 20% 이상을 배당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익을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이들 기업의 ‘의지’는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증시에서 동원F&B와 LG생활건강은 ‘구조적으로 배당을 높일 수밖에 없는 기업’으로 통한다. 이들 회사는 대주주의 지분이 높거나 자회사가 대주주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동원F&B의 지분 47.07%를 보유한 대주주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지주회사여서 영업활동이 없다.

▽에너지업체, 배당 많아〓에쓰오일은 배당이 높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액면가의 50%를 배당한 데 이어 올해엔 75%를 배당할 예정.

에쓰오일의 지난해 배당금은 순이익의 762%나 됐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쌓아놓은 이익잉여금을 배당 재원으로 사용한 것.

대표적 고배당 업종인 가스도 대주주의 지분이 높다. SK가스와 부산가스는 각각 지난해 말 순이익의 43.7%와 53.7%, 액면가의 20%를 배당했다. 대주주인 SK엔론의 지분은 각각 45.5%와 47.9%나 된다. 대구가스와 서울가스의 최대주주지분(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지분)은 각각 92.02%, 75.97%에 이른다.

신대양제지도 3년 평균 시가대비 배당수익률이 시중 금리의 두 배 이상인 10.6%에 이를 정도로 많이 배당하지만 최대주주지분이 68.32%나 된다.

▽긍정적 효과와 부작용〓증시에선 일반 투자자도 배당이익을 함께 얻을 수 있는 만큼 고배당은 어쨌든 주주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외국인 대주주가 끌어올린 고배당 성향이 업종 전체로 전파되는 효과도 있다. 외환위기 이후 미국의 엔론사가 SK와 함께 ‘SK엔론’을 만들어 SK가스 등을 자회사로 삼았고 투자자금회수를 위해 배당성향을 높이자 다른 가스회사들도 배당률을 높였다.

부작용으로는 유통물량이 적어 투자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우리증권 이창묵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은 안정성이 높은 고배당주에 주로 투자한다”며 “한국에선 대부분의 고배당주는 유통물량이 적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본부장은 “배당은 투자의 기회비용”이라며 “성장이 필요한 업종에선 이익잉여금 가운데 상당 금액을 투자에 써야 하므로 배당률을 높이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주요 고배당 종목의 주주현황
종목최대주주 지분배당성향배당수익률
부산가스47.8453.78.0
에쓰오일63.66762.28.6
SK가스45.8843.710.2
LG가스62.9538.99.1
한국쉘석유50.050.49.2
신대양제지68.3257.717.7
서울가스75.9739.56.7
대구가스92.0226.65.3
남해화학56.062.85.3
극동유화46.171.16.5
동원F&B47.0734.011.41
단위:%, 자료:동양증권 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