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화제]“내 몸은 실험대상”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40분


‘내 몸에 실험한다.’

산업 현장에는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쓰는 이들이 많다. 특히 화장품 생활용품 식품회사 의 신제품 개발자들은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느낌을 체감하기 위해 스스로 ‘모르모트’가 되곤 한다. 이들의 투철한 직업의식을 엿볼 수 있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회자되고 있다.

태평양 기술연구원 김한곤 스킨케어 연구팀장(40)은 ‘아수라 백작’ 사건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아수라 백작은 70년대 유행한 만화영화 ‘마징가 제트’에서 얼굴 반쪽은 남자, 다른 반쪽은 여자인 등장인물.

김 팀장은 새로 나온 화장품의 자외선 차단효과를 실험하면서 얼굴 반쪽은 화장품을 바르고, 다른 한쪽은 바르지 않고 다녔다.

햇빛을 골고루 쬐면서 그을린 정도를 비교해 보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는 것. 아수라 백작처럼 변한 김 팀장은 나중에 거꾸로 화장을 해 ‘정상’을 회복했다.

LG생활건강 화장품연구소 색조연구팀의 채해석 대리(32)는 여성들이 쓰는 마스카라를 만 2년째 개발하고 있다.

그는 하루 20여 번 이상 속눈썹에 마스카라를 바르며 눈이 아파 더 이상 바를 수 없을 때는 대용으로 다리털을 쓸 정도로 마스카라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동원 F&B 마케팅팀 면(麵)류 담당 김현석 주임(31)의 사내 별명은 ‘미스터 누들’. 국수를 뜻하는 영어 ‘누들’이 붙은 이유는 면 담당을 맡은 이래 14개월 동안 하루 한끼 이상 면을 먹고 있기 때문.

풀무원 기술연구소 배경근 책임연구원(43)은 농학박사지만 ‘콩나물 박사’로 더 잘 불린다. 10년 이상 콩나물만 연구해 왔기 때문. 박사 논문도 콩나물에 관해 썼다. 배 연구원은 “하루에 최소 한 봉지(300g)는 먹었으니 지금까지 15t 트럭 분량은 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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