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안에서 수적으로 절대 우위에 있는 이들 국가의 요구는 상당부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 한국 등은 2005년 이후 쌀 수매를 포함한 보조금을 대폭 감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농림부에 따르면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DDA협상에서 호주 등 17개국으로 이뤄진 케언스그룹과 WTO 회원국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개발도상국은 “품목별로 5%가 넘는 감축대상 보조금을 빨리 없애자”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온 중국도 감축대상보조금을 3년 안에 철폐하자고 요구했고 미국은 1996∼98년 평균 농업생산액의 5%까지 5년 동안 균등하게 줄인 뒤 아예 없애자는 안을 내놨다.
감축대상보조금을 조금씩 낮추자는 나라는 한국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동유럽 국가 등 소수였다. 특히 한국과 이해관계가 비슷한 유럽연합(EU)마저 ‘생산제한 직접지불’을 그대로 둔다면 감축대상보조금을 줄일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케언스그룹 등의 제안은 사실상 쌀 수매제도를 폐지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한국은 2000년 기준으로 쌀 수매 등을 위해 쌀 생산액의 15.7%에 이르는 1조6472억원의 감축대상보조금을 농가에 지급했다. 케언스그룹의 주장대로 감축대상보조금을 5%로 줄이면 수매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3분의 1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더구나 케언스그룹은 ‘5%’라는 기준 자체도 크게 낮추자고 요구하고 있다.
케언스그룹과 개도국은 또 현재 ‘허용 보조’에 해당하는 △생산자에 대한 직불 △논농업 직불과 경영이양직불 등 생산비 연계 직불 △소득안전망 지원도 ‘감축대상 보조’로 분류하고 허용보조 총액에는 상한을 두자고 제안했다. 한국과 EU 등 비교역관심(NTC)그룹과 미국은 대체로 현행 제도를 유지하자는 의견이었다.
휴경제 등 생산제한을 전제로 한 직불에 대해서는 미국, 케언스그룹, 개도국 등이 철폐하자고 요구했으나 한국 EU 노르웨이 일본 동유럽 국가 등은 그대로 두자고 맞섰다.
WTO 회원국들은 내년 3월까지 농산물 분야 세부원칙을 확정한 뒤 9월까지 나라별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2004년 말까지 DDA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도하개발어젠다 농업보조금 분야 협상 내용 | |||
구분 | 해당되는 국내보조금 | 한국 주장 | 케언스그룹 등의 주장 |
허용보조(Green Box) | 생산기반정비, 기계화, 유통구조개선 보조 등 | 범위와 기준을 신축적으로 조정 | -논농업 및 경영이양 직불제 등을 제외-허용보조총액 상한 설정 |
생산제한 직불(Blue Box) | 휴경제(도입 검토중) | 유지 | 철폐 |
감축대상 보조(Amber Box) | 쌀 수매, 쌀 소득보전직불제(도입 추진중) 등 | 총액을 기준으로 점진적 감축 | -품목별 감축-단시일 안에 5% 이상의 보조를 철폐 |
특정품목 감축의무 면제 | 마늘 한우 등의 수매 | 현행(개도국은 생산액의 10%, 선진국은 5%) 유지 | 선진국은 대폭 낮추거나 철폐 |
▼케언스그룹▼
농산물 수출국가 그룹. 농산물 주요수출국인 호주의 케언스라는 지명에서 비롯됐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