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증권사 주가띄우기 2885억 썼다

  •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20분


코스닥종목인 미디어퀘스트의 주가는 지난달 8일 등록하자마자 하한가로 내려앉았다. 대주주를 둘러싼 잘못된 소문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

주간사는 1개월 동안 800만주(지분 19%)를 사들이면서 주가를 방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개월의 시장조성 기간이 끝난지 이틀 만인 10일 주가는 22%나 폭락했다.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증권사들의 시장조성이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수익다변화를 위해 뛰어든 기업공개가 시장조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사들의 △수익 예측능력 부족 △부적절한 공모가 책정 등이 맞물려 시장조성이 잦아졌고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

금융감독원이 11일 민주당 조재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시장조성제도가 부활한 2000년 2월 이후 올 6월까지 증권사들의 시장조성은 전체 공모 421건의 14%에 이르는 63건이었으며 투입된 돈도 2885억원에 달했다.

▽증권사별 시장조성〓시장조성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현대증권. 34건의 기업공개 중 10건(29%)에 대해 366억원을 들여 시장조성했다. 기업공개 건수가 비슷한 동원증권(35건 중 6건), 대우증권(41건 중 5건) 등에 비해 월등히 많은 편.

유화증권은 4건의 기업공개 뒤 2건을 시장조성해 비율로는 가장 높았다. 신영증권과 SK증권(9건 중 3건), LG투자증권(15건 중 4건) 등도 비율이 높은 편.

반면 동양증권은 28건의 기업공개 가운데 시장조성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시장조성의 원인과 문제점〓증권사들은 시장조성이 늘어난 첫 번째 원인을 ‘시황’ 탓으로 돌린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대세 하락기엔 공모가보다 주가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시장에서는 그러나 △기업 실적을 잘못 예측하거나 △과잉경쟁 때문에 공모가를 높게 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증권업협회는 5월 기업 실적을 잘못 분석하거나 부풀린 26개 증권사에 대해 1∼16개월 공모를 맡지 못하도록 징계를 내렸다.

조 의원은 “공모가 산정이 부실하게 이뤄지면 일반투자자가 청약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증권사의 수익에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공개뒤 1개월간 주가방어▼

◆시장조성=상장(또는 등록)한 뒤 1개월 동안 주가가 공모가의 80%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주간사(증권사)가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방어하는 제도. 지난달 ‘공모가의 90%’로 규정이 강화됐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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