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디플레 논란

  • 입력 2002년 9월 15일 14시 59분


한국도 일본이나 대만처럼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인가.

14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CEO 콘퍼런스 회의'에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디플레이션이 한국에서도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첫 주제발표에 나선 모건스탠리 홍콩법인의 앤디 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물가상승률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며 "중국 홍콩 일본 대만 등 주변국들이 겪고 있는 디플레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의 아시아시장 분석을 총괄하고 있는 그는 "한국은 지난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상승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진정되면 디플레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자동차 반도체 등 일부 제품가격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고 수출물가가 계속 하락하는 등 제조와 수출 부문에서 디플레 위협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 디플레에 허덕이고 있고 중국 등의 저가(低價) 공세에 맞서 한국도 수출가격을 계속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 경제가 일단 디플레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금리를 내려 디플레 압력을 막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셰씨의 '디플레 위험론'은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많은 CEO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디플레 가능성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지적재산권을 창출하는 기업이 디플레 상황에서 이길 수 있다"고 답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뒤이어 주제발표를 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 조동철(曺東徹) 연구위원은 "디플레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며 셰씨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제조부문에서 일부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이 디플레에 빠져들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지적.

조 연구위원은 "제조부문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에 불과하며 제조부문보다 비중이 훨씬 큰 서비스 부문의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은 환율 변동이 대외 변수의 충격을 흡수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릴린치증권 홍콩법인 김헌수 리서치 담당 상무도 "한국도 디플레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당장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조 위원과 같은 의견을 보였다.

디플레는 물가 수준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현상으로 기업 이윤 감소→실업 증가→소비 위축→물가 하락의 악순환을 불러와 경기회복을 지연시킨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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