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0대 주부층을 겨냥해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던 전문 보모(保姆)제, 식탁에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모니터 설치 등에 이은 타깃 마케팅이다.
하지만 마르쉐는 이를 ‘미래 고객 마케팅’으로 설명한다. 미래의 잠재 고객인 어린이들을 일찌감치 마르쉐 팬으로 끌어들여 후발 업체로서의 약점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인 동시에 20년 앞을 염두에 둔 마케팅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특정 고객을 타깃으로 했던 1년 단위의 마케팅 전략이 호흡이 긴 장기 마케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는 것. 특히 후발 업체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성균관대 경영학부 유필화 교수는 “날로 커지고 있는 한국시장의 미래를 대비해 미리 뿌리를 내리자는 전략”이라며 “특히 가격 민감도가 떨어지고 소비성향이 강한 어린 소비자층은 외국기업들에 매력적인 잠재 고객”이라고 이를 설명했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MSD는 지난해 청년슈바이처상(賞)을 제정해 매년 봉사정신이 남다른 전공의, 수련의, 의대생을 뽑아 최고 1000만원의 부상을 주고 있다. 여름에는 청년슈바이처 아카데미를 열고 전국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의료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MSD는 다른 외국 제약회사에 비해 국내 시장에 비교적 늦게 뛰어들었다. 이미 한국화이자가 부동의 1위를 굳히고 있는 만큼 장기 관점에서 예비 의사들을 고객으로 확보, 뒤집기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선발업체들의 대응도 만만찮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3일 인하대 기계공학과에 연구용 차량으로 대형 세단인 ‘포드 토러스’와 연구비를 기증했다.
99년에는 고려대, 국민대, 대림대, 여주대 4개 대학 자동차 관련 학과에 포드 차량을 연구용으로 기증했다. 포드코리아는 또 매년 두 번씩 미국 본사 전문 기술 강사가 진행하는 포드서비스센터 기술 교육에 인하대 학생들을 초청하고 있다.
포드코리아측은 “한국 자동차 발전과 미래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들 ‘예비 자동차 전문가’들이 잠재 고객들에게 퍼뜨릴 입 소문의 영향력을 의식한 결정이다.
미래 고객 마케팅은 당장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있는 층만을 공략 대상으로 하진 않는다. JVC코리아는 언뜻 보면 전혀 관련이 없는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산간벽지나 오지의 300여개 초등학교, 분교에 축구공을 보내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여고생들만을 대상으로 지난달까지 ‘숲 체험 캠프’를 열어 호평을 받았고, 한국도요타자동차는 매년 8월 ‘한일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을 실시, 일본차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데 큰 성과를 봤다.
소니코리아 역시 지난달 초등학생 16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환경 캠프’를 두 차례 열어 미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친숙한 기업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