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대명사' 버핏이 高利업자?

  • 입력 2002년 9월 15일 17시 35분


“버핏이 파렴치한 고리대금업자로 변신했다.”

가치투자(우량주 위주의 장기 투자)의 대명사이며 세계 제2의 부호인 워런 버핏(74·사진)이 구설수에 올랐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다니엘 그로스가 버핏씨의 투자방식이 9·11테러 이후 뚜렷이 달라져 고리대금 놀이에 나섰다고 폭로한 것.

문제가 된 투자는 올 7월 버핏씨가 미국 광섬유네트워크업체인 레벨3통신의 전환어음 5억달러어치를 사들인 것과 리만브러더스와 함께 에너지회사인 윌리엄스사(社)에 9억달러를 빌려준 것.

그로스씨는 버핏씨가 레벨3통신에 연 9%의 고리(高利)뿐 아니라 전환 행사가격으로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인 3.41달러를 요구해 폭리를 취했다고 비난했다. 8월에 7달러까지 올랐던 레벨3통신의주가는현재4.5달러선.

윌리엄스와의 거래는 더 가관이다. 버핏씨는 연 19.824%의 이자와 함께 자산매각시에는 대출금의 15% 이상을 보상하도록 요구했다. 그로스씨에 따르면 이런 ‘악마와의 거래’로 윌리엄스는 1년만기 차입금에 연 35%의 혹독한 이자를 물게 됐다.

주가는 낮지만 기초가 탄탄한 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뒤 주가가 오르면 팔아서 수익을 올리는 가치투자를 버핏씨는 정말 버린 것일까. 그로스씨는 버핏씨가 “순진한 소액투자자들의 호주머니 돈을 털어 자기 뱃속을 챙기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월가에서는 “버핏씨는 본래 그런 식으로 돈을 벌었으며 지금까지의 이미지는 환영(幻影)일 뿐”이라는 흥분과 냉소로 들끓고 있다.

미국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버핏씨는 지난해 332억달러였던 재산을 올해 360억달러로 불려 2년 연속 세계 2위 부호 자리를 지켰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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