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설이 나온 13일 조흥화학은 상한가로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합병 계획은 없다”고 밝힌 상태. 업계에서도 당장 두 회사가 합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따라서 “어디 어디가 합친다더라”하는 단기투자 관점에서 추격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합병설의 진원지〓오뚜기 함태호 회장과 조흥화학 함승호 회장은 친형제 사이다.
그런데 공시에 따르면 함태호 회장은 최근 조흥화학 보유 지분을 8%대로 꾸준히 늘렸다. 오뚜기도 조흥화학 주식 지분 12.76%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조흥화학이나 함승호 회장은 그동안 지분 방어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점이 합병설의 원인이 됐다.
조흥화학은 올해 2·4분기(4∼6월)까지 6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장사는 신통치 않았다는 의미. 반면 유동자산은 534억원이나 될 정도로 현금이 많다.
오뚜기는 정 반대다.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지난해보다 갑절로 늘었지만 부채가 2269억원으로 많은 편이다. 장사는 잘하는데 빚이 많은 회사(오뚜기)와 장사는 못하지만 돈이 많은 회사(조흥화학)가 합치면 두 회사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합병설의 근거.
▽투자 포인트〓증시에서는 보통 인수합병설이 나오면 합병되는 쪽의 주가가 급등한다.
양쪽이 지분 경쟁을 시작하면 자연히 서로 조흥화학 주식을 더 사겠다고 나서게 된다. 주식 수는 제한돼 있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13일 조흥화학이 상한가를 친 것도 이런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두 회사의 합병설은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 합병이 아니더라도 이미 조흥화학의 대주주는 사실상 오뚜기 함태호 회장으로 두 회사는 ‘한 회사’나 다름없다.
따라서 두 회사가 합치더라도 지분 경쟁을 통한 적대적 합병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이번주 초에 두 회사가 조회공시를 통해 합병설을 공식으로 부인한다면 두 회사는 규정상 앞으로 6개월 동안은 합병을 추진할 수 없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합치는 게 양측 모두에 바람직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합병이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