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용량 29억t에 홍수조절량 7억7000만t인 북한강 수계의 소양강댐과 비슷한 규모이다.
그러나 충주댐의 유역면적은 6648㎢로 소양강댐의 2703㎢보다 2.5배나 넓다. 월등한 유역면적에 비해 댐 규모는 비슷하다보니 홍수조절 능력은 떨어진다. 강수량이 200∼300㎜만 되어도 수문을 열고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문제는 수문을 활짝 열면 바로 밑 저지대에 위치한 경기 여주군이 물에 잠긴다는 점. 그렇다고 수문을 막고 방출량을 줄이면 상류쪽인 충북 단양군이 침수 피해를 본다. 비가 웬만큼만 오면 여주와 단양의 이해(利害)는 첨예하게 엇갈린다.
이 때문에 충주댐 운영을 맡은 공무원들은 비가 올 때마다 ‘적절하게’ 대처하느라 곤욕을 치른다.
남한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단양을 거쳐 강원 영월군이 나온다.
영월은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비가 조금만 오면 양쪽 강이 범람하면서 물이 넘치는 상습 침수지역이다. 올해에도 3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336억원(강원도 집계)의 재산피해를 냈다.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과거 영월댐을 계획했으나 대규모 댐 건설에 따른 환경 파괴를 우려한 시민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에서도 ‘영월댐’ 건설계획은 이미 물 건너간 사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월 부근에 중소규모 댐이라도 하나 있으면 영월 단양 충주의 고민이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월쪽에서 물을 어느 정도 담아주면 충주댐이 한결 여유를 갖기 때문이다. 소양강댐은 상류에서 화천댐과 평화의 댐이 홍수조절을 도와준다.
작년 말 완공된 금강 수계의 용담댐은 올해 적지 않은 위력을 발휘했다. 해마다 침수 피해를 겪던 금강 하류의 공주 부여 지역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치수(治水)는 옛날부터 국가운영의 제1과제로 꼽혀왔다.
물론 과거처럼 대규모 다목적 댐을 건설하면서 주변 환경을 쑥대밭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환경보호라는 명분으로 해마다 수해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수해로 모든 것이 씻겨나가면 환경도 파괴된다.
한마디로 댐 건설과 환경문제를 적절히 조화하는 지혜가 아쉽다.
현재 수해에 가장 취약한 하천은 낙동강과 안성천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낙동강은 상류지역에 중소규모 댐 건설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수해가 날 때마다 ‘인재(人災)’ 논란만 반복해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상영 경제부 차장 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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