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씨티은행 서울지점은 지난주 한 중소기업이 제출한 100만달러 수표를 선(先)결제했으나 확인한 결과 빈 계좌로 드러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중소기업 직원은 은행에서 “필리핀에 기술용역을 제공하고 받은 무역대금”이라고 설명했고 은행 담당직원은 확인을 하지 않은 채 현금으로 결제해줬다.
씨티은행측은 “평소 거래하던 기업이라 의심하지 않고 결제를 했는데 부도수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고가 생기면 그 내용을 경찰과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하는 데도 씨티은행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체감사만 실시해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씨티은행은 수표사기 사실을 서울지점을 관할하는 지역본부에 보고했으며 현재 아시아지역본부 감사팀이 방한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백만원이 넘는 거액 수표는 진짜 여부를 철저하게 확인하지 않고는 먼저 현금으로 지급하는 일이 없다”며 “최근 씨티그룹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미국에서 계열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SSB)과 함께 주가 조작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자금 마련을 위해 그룹 본사 건물을 팔기로 한 바 있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