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1억8100만원인 65평형의 아파트에 사는 이 독자는 연간 104만7000원의 재산세를 낸다고 했다. 그런데 시가 6억원에 가까운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대상 34평형 아파트 재산세가 4만2000원이라는 보도를 보고 분통이 치밀어 전화를 한 것이었다.
동서고금을 가릴 것 없이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세금 신설이나 인상이 계기가 돼 전쟁이나 정권붕괴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세제(稅制)정책은 그만큼 예민한 사안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불공평하게 내는 것은 못 참는다. 세제정책에서 공평성이 최상위 가치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재산세 제도는 형평성을 잃은 대표적 경우다.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강남지역 아파트의 재산세는 30평대가 보통 10만원 안팎, 40평대라도 100만원 미만이다. 재건축대상 아파트는 값은 더 올랐지만 세금은 더 적다.
물론 기준시가 및 재산세 과세표준 인상과 관련해 강남 주민들이 “왜 우리를 모두 부동산 투기꾼으로 몰아붙이느냐”고 항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정부가 재산세의 왜곡을 오랫동안 방치하다가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해 부랴부랴 접근한 것도 좋은 모양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소한 재산세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가진 사람’들이 너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세금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동안의 집값 상승폭이나 경제력을 감안할 때 참을 수 없을 수준인가. 재산세가 100% 가까이 오른 곳도 있다지만 금액으로는 과연 어떤가. ‘%의 마술(魔術)’은 때로 진실을 왜곡한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와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역설적으로 공산주의였다. 근대 자본주의의 비(非)인간성은 평등이라는 솔깃한 슬로건을 내세운 공산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자기수정을 함으로써 체제 우위를 지켰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에 이어 서울 안에서도 ‘강남 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체제를 뒤흔드는 것은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내부의 불만 확산이다. 심각한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재산세의 형평성 제고는 ‘체제유지 비용’치고는 싼 편이다.
작가 이문열(李文烈)은 이렇게 말한다.
“재산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그것에 수반되는 것은 ‘누릴 권리’가 아니라 ‘바르게 써야 할 의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남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될 때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살이의 여러 아픔은 그만큼 적어진다.”
권순활 경제부 차장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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