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름세 때문에 불안해진 개인들이 금융기관에서 빚을 내 집을 사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집값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일부 개인은 대출금으로 부동산을 사 두면 이자를 물고도 매매차익이 더 클 것으로 보고 빚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금 가운데 주택매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4분기(1∼3월)에 30%에 그쳤으나 4·4분기(10∼12월)부터 50%를 넘어섰다. 이 비율은 올해도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늘면 나중에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졌을 때 금융기관들이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도 커진다. 최악의 경우 1990년대 일본의 거품경기 붕괴 후 나타났던 금융기관 연쇄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가계대출 급증한다〓이달 들어 16일까지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400억원으로 8월 한달 증가액 2295억원을 이미 웃돌았다.
조흥은행은 1∼19일 가계대출 증가액이 지난달 증가액의 84%에 이르는 6461억원, 외환은행(1∼17일)은 68%인 3134억원, 우리은행(1∼18일)은 70%인 4745억원이다.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이달 증가액은 지난달 증가액을 웃돌 수밖에 없다.
한미은행과 국민은행은 9월 증가액이 8월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으며,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한은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00년 말 106조2000억원 △2001년 말 154조6000억원 △2002년 3월 말 172조3000억원 △2002년 6월 말 190조4149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특히 올해 4∼7월에 둔화됐던 가계대출 증가율이 8, 9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섬에 따라 9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잔액 총액은 20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가계대출 위험수위인가〓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을 보자.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을 점검해 보려면 ‘주택담보액 대비 주택대출금 비율’(주택담보비율·LTV)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20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8조8000억원으로 주택담보비율은 63%다. 집값이 37%나 떨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이 수치로만 보면 부실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낙관할 수만은 없다. ▶표 참조
A은행의 총담보가는 6월 말 현재 13조3136억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조1393억원으로 주택담보비율은 38.6%에 불과하다. 그러나 담보가의 90∼100%를 빌려준 대출이 2.8%. 이 은행은 아파트 담보가는 시가하한가의 90%로 평가한다.
2.8%가 모두 아파트담보대출이라면 아파트 가격이 대출 당시의 81%(90%×90%)로 떨어질 때 A은행의 ‘잠재적 부실채권’은 1493억원(5조1393억원×2.8%)이 되는 것. 미래에셋증권이 추정하는 이 은행의 올해 순이익 1271억원을 웃돈다.
은행권은 “현재 가계대출 규모는 위험수위가 아니다”면서도 “증가속도가 우려할 만하다”는 지적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한편 국세청의 한 당국자는 “세무조사 결과 상습 투기혐의자들도 대부분 자신의 여유자금이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집을 여러 채 산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주택담보비율 인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현황(단위:%) | ||||
담보가대비대출비율 | A은행 | B은행 | C은행 | D은행 |
90∼100% | 2.8 | - | 3.4 | 3.0 |
80∼90% 미만 | 9.7 | - | 31.8 | 2.0 |
70∼80% 미만 | 14.7 | 34.2 | 19.7 | 8.0 |
60∼70%미만 | 16.4 | 19.9 | 14.2 | 10.0 |
50∼60% 미만 | 15.0 | 18.8 | 11.4 | 10.0 |
50%미만 | 41.4 | 27.1 | 19.5 | 67.0 |
(A,B,C은행은 6월 말, D은행은 2001년 12월 말 기준. 은행별로 담보가 평가 기준이 다름.)
(자료: 각 은행, 미래에셋증권)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