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의 업무감독 소홀로 인해 공적자금이 낭비된 사실이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이 입수한 감사원 특감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은 부실 금고인 대전금고에 대한 경영지도를 위해 99년 1월 6일부터 9월 22일까지 경영지도국 소속 K팀장 등 직원 4명을 순차적으로 경영관리인으로 파견했으나 이용하 당시 사장이 16차례에 걸쳐 한화증권 둔산지점 등에 맡겨둔 회사 자금 262억원을 부당하게 인출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전 사장은 서류를 조작해 빼돌린 돈으로 금고 임직원과 출자자들에게 불법 대출하고 일부는 회사 유상증자 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전 사장은 국민은행 대전지점 등에 예치된 회사 돈을 담보로 장부를 조작, 150억원을 부당 대출받아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대전금고측은 금감원의 경영관리를 받고 있는 동안에도 신용 불량자와 폐업한 회사에까지 금고 출자자라는 이유로 114억원이라는 거액을 불법 대출했으나 경영관리인들은 이 사실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외에도 경영관리인들은 담보가치가 없는 부실 물건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승인해 줘 22억원의 손실을 끼쳤다.
대전금고는 경영관리를 받고서도 부실이 심해지자 99년 10월 5일 금감원으로부터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으며 2000년 1월 14일에 영업인가 취소결정이 내려져 결국 문을 닫았다.
정부는 공적자금으로 이 회사 고객들에게 1941억원의 예금을 대신 지급해 줬다.
감사원측은 “금고 경영지도 지침 등에 따라 경영관리인은 매달 말 해당 금융기관으로부터 예치금과 차입금 잔액증명서를 받아 이상 유무를 확인했어야 하는데도 이런 업무를 게을리 해 사장이 거액을 빼돌려도 적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감원은 감사원으로부터 업무 태만 지적을 받은 직원 4명을 징계하라는 명령을 받고서도 이들에게 감봉과 견책 처분만을 내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측은 “감사원 지적사항을 받아들여 해당 직원에 대해 감봉과 견책조치를 내렸다”며 “다만 감사원이 경영관리인의 책임 범위를 벗어나는 사안까지 책임을 묻는 바람에 당사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고 밝혔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