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투자를 하지 않은 기업이 포함되거나 투자신고 액수와 실제 투자금액에 큰 차이가 있는 등 ‘착시(錯視)현상’을 일으키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24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2000년 말 현재 9420개사, 올 6월 말에는 1만2000여개사로 급증했다.
그러나 산업연구원(KIET)이 산자부의 용역의뢰를 받아 조사한 결과 2000년 말 현재 한국 내 외국기업은 제조업체 2525개를 포함해 모두 7524개사에 그쳐 산자부 발표보다 1896개나 적었다.
KIET는 외국기업의 경영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여론조사기관인 갤럽과 함께 산자부가 명단을 가진 외국인 투자기업에 모두 연락했으나 1890여개 회사는 소재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한병섭(韓炳燮) KIET 부연구위원은 “주소를 옮기거나 회사를 세운 뒤 부도 청산 등으로 사라진 업체도 일부 있으나 신고만 하고 전혀 투자를 하지 않은 회사가 많았다”고 밝혔다. 산자부가 매월 집계해 발표하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상당 부분도 실제 투자액과는 차이가 컸다. 국내에 투자했다가 회수해 가는 금액도 있어 이를 빼면 실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은 더 줄어든다.
작년 한 해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액은 118억7000만달러였으나 실제로 들어온 직접투자 금액은 37.4%인 44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더구나 작년 1∼7월에만 16억2000만달러가 빠져나가 실제로 국내에 들어온 직접투자액은 18억2000만달러에 머물렀다.
투자 신고를 하고 투자가 이뤄지기까지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매년 투자신고액과 유입금액을 직접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매년 지속적으로 20∼30% 이상 투자신고액이 실제로 들어온 투자금액보다 많아 신고액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이다.
한 부연구위원은 “한국 내 상황이 신고할 때와 달라 실제로 투자하지 않은 사례도 있지만 투자액이 많은 외국기업에 주는 혜택을 받기 위해 일부 외국기업이 신고금액을 부풀리고 정부가 이를 확인하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