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03년 예산안 확정]6년만에 균형재정 시도

  • 입력 2002년 9월 24일 18시 34분


정부가 24일 확정한 내년 예산안은 ‘긴축예산’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5.5%에 그치고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올해 전체 예산과 비교하면 1.9%로 증가율이 더 낮아진다.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가 8.5%안팎인 만큼 경제규모 증가폭보다 예산증가폭이 상당히 작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정부가 나라살림 규모를 예년처럼 크게 늘리지 않은 것은 들어올 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갖고 있는 공기업 지분 등을 팔아 생기는 세외(稅外)수입은 올해 16조원에서 내년에는 8조50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외환위기 이후 매년 발행하던 적자국채 발행을 중단해 ‘건전한 재정’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부분은 앞으로 예상되는 재정악화를 감안할 때 총론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각론을 들여다보면 적잖은 문제점도 발견된다. 쓸 곳엔 쓰고 줄일 곳엔 삭감하는 노력이 모자란다는 점이다. 특히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투자부문이 소홀하다는 평이다.

또 나라 살림살이 규모는 약간 늘어나지만 국민의 세금부담은 크게 늘어나는 점도 문제다.

▽국가경쟁력 높일 수 있을지 의문〓국가경쟁력과 관련된 예산의 증가율은 전체예산 평균증가율을 밑돌거나 크게 둔화했다. 정보화 예산은 4.4% 증가에 그쳤으나 과학기술 예산은 6.1% 늘어났다. 과학기술 예산 증가율은 전체 예산 평균보다는 다소 높았지만 2001년 17.2%, 2002년 16.1%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것.

반면 경직성 경비는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났다. ‘작은 정부’를 내건 것이 무색하게 내년 공무원 인건비는 인원을 늘렸을 때 지급하는 봉급을 포함해 총 8.6% 증가했다. 사회복지부문 예산도 9.3%나 늘렸다.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지적 받을 소지가 적지 않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경제학)는 “앞으로 한국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데 줄이지 않아야 할 부분은 많이 줄인 반면 ‘선심성 예산’은 오히려 늘렸다”고 지적했다.

▽세금부담은 늘어난다〓정부는 내년 국세로 거둬들일 세금 규모를 올해보다 10% 늘어난 103조1610억원으로 예상했다. 근로소득세 등 소득세는 올해 전망치보다 6.1% 늘어난 20조2000억원, 법인세는 14.3%나 늘어난 21조6000억원을 징수할 방침이다.

이 같은 세수를 감안할 때 내년 조세부담률은 22.6%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2000∼2001년 실제 조세부담률이 당초 예산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던 점을 감안할 때 내년의 실제 조세부담률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부가가치세(34조1000억원)와 특소세(5조원)도 올해보다 각각 10.9%, 20.2% 더 걷히는 것으로 잡혀 있다.

▽내년 상반기 경기 악화되면 추가경정예산 나올 듯〓대부분의 경제전문가는 현 상황에서 팽창예산을 짜면 곤란하다는 데 동의한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공적자금 156조원에 대한 원리금을 본격적으로 갚아야 하므로 재정압박이 커질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건전 재정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모두가 찬성하지는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흐름을 감안할 때 긴축성 예산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걱정한다.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이 작동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내년에 국내경기가 예상보다 악화되면 추경예산을 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예산 규모(단위:조원,%)
구분2002년본예산(A) 2002년 추경예산포함(B)2003년 예산(C)본예산 대비 증가율(C/A)추경예산 포함 대비 증가율(C/B)
일반회계 105.9 109.6 111.7 5.5 1.9
특별회계 68.1 67.8 71.4 4.8 5.3
총계 174.0 177.4 183.1 5.2 3.2

(자료:기획예산처)

권순활기자 shkwon@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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