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부문 빚 410조…17년만에 '자금부족'

  • 입력 2002년 9월 26일 17시 54분


‘개인이 쓰고 남는 돈을 저축하면 금융회사는 이를 기업에 빌려준다.’

이것이 일반적인 자금 흐름이지만 17년 만에 개인이 자금부족 상태에 빠지면서 이런 흐름이 깨졌다.

26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4분기(4∼6월)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개인부문은 2·4분기에 금융회사에서 분기별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25조5000억원을 빌렸다. 그러나 운용하는 돈은 소비지출과 부동산 매입이 크게 늘면서 24조1000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개인부문은 금융회사에서 1조4000억원을 빌려쓰는 ‘자금 부족’현상이 생겼다. 이런 현상은 85년 2·4분기(548억원 부족) 이후 17년 만에 처음 나타났다.

조성종(趙成種)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85년에는 경기침체로 개인부문의 생계형 대출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부동산 투자가 늘면서 대출이 증가한 투자형 자금부족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주체 가운데 정부 부채는 3월 말에 비해 1.8% 줄고 기업은 0.4% 증가했지만 개인부문은 7.6%나 늘었다. 개인부문의 총부채는 6월 말 410조2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8.9%(92조원)나 증가했다. 2·4분기에 가구당 부채는 210만원 늘었지만 금융자산 증가액은 130만원에 그쳤다.

한편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설비투자가 부진해 기업이 2·4분기에 조달한 자금은 19조3000억원으로 1·4분기보다 21.7%(4조2000억원) 감소했다.

기업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보다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기업과 개인, 정부 등 비금융부문의 6월 말 총부채는 1152조원으로 3월 말보다 2.7% 늘었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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