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검찰 조사 때마다 주가가 급락한 시장은 코스닥이었다. 코스닥 기업들이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코스닥 기업들에 ‘주주’는 없다. ‘돈 대주는 투자자’만 있을 뿐이다. 코스닥 규제는 강화했지만 그들의 인식은 여전한 것 같다.
▽주주는 뒷전〓콤텔시스템은 올 1월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3월 사주의 비리 혐의가 드러났고 5월 벌금 700만원형이 확정됐다. 이 회사 곽정흔 사장은 항소를 포기했고 8월 공모를 거쳐 9월 코스닥시장에 등록했다. 곽 사장은 “억울하지만 항소를 포기했다. 항소를 하면 시간이 걸리고 코스닥 등록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주변에서는 “슬그머니 등록했다가 나중에 비리 혐의가 알려지면 주주들만 큰 피해를 본다”며 항소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코스닥 등록이 더 중요하다”며 “주주들에게 받는 오해는 차차 풀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많은 코스닥 기업의 대주주가 주주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코스닥에 등록해 돈을 챙기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다.
2000년 초 3800억원을 증자한 새롬기술도 마찬가지. 주주에게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채 돈만 챙겼다. 2년 새 주주에게 받은 돈의 절반을 까먹었지만 남은 돈을 어디에 쓸지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 투자할지도 모르고 일단 투자자금을 받은 셈이다.
▽솔직함으로 신뢰 얻어야〓정의동 코스닥위원장은 “기업과 주주 사이의 신뢰는 솔직하고 투명한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휴맥스는 매달 실적을 공개한다. 변대규 사장의 도덕성도 시장에 잘 알려져 있다. 투명한 경영과 신뢰는 최근 큰 힘을 발휘했다.
올해 8월 외국인들은 “휴맥스가 비악세스사(社)와 계약이 결렬된 사실을 일부러 숨겼다”며 주식을 내다 팔았다. 4만원대이던 주가는 1만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주가는 곧 2만원대로 올라섰다. 국내 투자자들이 ‘적어도 휴맥스가 주주를 속일 기업은 아니다’고 생각해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애널리스트로부터 꾸준히 매수 추천을 받는 우량기업이다. 이 회사는 7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에게 “최근 업황이 좋지 않아 실적이 다소 나빠질 수 있다”는 e메일을 보냈다. 주주에게 솔직한 태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2000년까지 법정관리를 받았던 넥센타이어도 마찬가지. 이규상 사장은 취임 직후 “주주들에게 신뢰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매달 실적을 공개했다. 상장기업 가운데 주주총회를 가장 빨리 열고 주총 때는 3시간 이상 토론회를 가졌다. 이는 주주들의 신뢰로 이어졌다. 넥센타이어가 올해 초 부산방송을 인수할 때 주주들은 적극 찬성으로 신뢰를 나타냈다.
올해 코스닥 등록기업 비리 일지 | |
3월 | -인터넷 보안업체 장미디어 대표 비리 혐의로 구속-예비심사 통과기업 콤텔시스템 대표, 비리 혐의로 입건-한빛전자통신 최대주주 사기, 횡령 등 혐의로 구속 |
4월 | -강원랜드 매출장부 조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 받음-한빛전자통신 등록 5개월 만에 퇴출 |
7월 | -창투사 대표, 코스닥 등록기업 임원 등 27명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입건-검찰 연예계 비리 수사 시작. SM엔터테인먼트 등 코스닥 등록기업 비리 연루-이코인 차명계좌로 주식 거래하다 금융감독원에 적발 |
8월 | -델타정보통신 주가 조작 및 계좌 도용 사건 발생 |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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