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은 98년 11월 당시 말레이시아 스타크루즈사의 고급 유람선을 빌려 동해항에서 출항함으로써 관광사업을 시작했다. 현대상선은 곧 관광선을 금강 봉래 설봉호 등 3척으로 늘려 매일 출항시켰다.
그러나 3년반이 지난 현재 크게 위축돼 설봉호 한 척만 운항되고 있고 현대상선은 이에 앞서 작년 6월에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현대상선은 당초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었으나 3년간 모두 합해도 50만명을 넘지 못했다.
현대상선은 사업에서 손을 뗀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에 매달리던 3년간 현대상선은 해운사 순위 세계 5위권의 건실한 회사에서 부실회사로 전락했다. 현대상선 집계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사업에 참여한 98년 이후 작년 6월 초까지 이 사업에 따른 누적적자가 2623억원에 달한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위해 99년 2월 설립된 현대아산에 자본금으로 1800억원을 출자했고 관광선 운항 과정에서 대북 관광 대가로 현대아산에 준 돈도 1450억원이나 된다.
물론 세계 해운 경기의 불황 등 다른 요인들도 겹쳤지만 금강산 관광에 따른 부담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내·외부의 시각이다. 결국 이런 부담은 현대상선의 재무구조를 크게 악화시켜 부채비율이 1999년 181%에서 2000년에는 989%로 높아졌다.
결국 현대상선은 회사의 주요한 수익원인 수출 자동차 운송선단을 최근 해외 컨소시엄에 매각해 급한 불을 끄기에 이르렀다.
현대상선 관계자들은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가 국감에서 “김충식 전 사장이 ‘산업은행에서 빌린 돈 4900억원은 현대상선이 쓴 게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 증언에 대해“만일 사실이라면 그 같은 배경에서 나온 말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즉 “회사 부실의 상당한 원인이 금강산 관광사업에 있었던 만큼 정부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라는 것.
이는 김 전 사장이 재임 당시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일리가 있다.
현대상선이 금강산 관광사업에 참여할 때 회사 내부에선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하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오너인 정몽헌 회장의 사업 의지가 워낙 확고해 부실을 감수하면서도 사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사장이 결국 정 회장과의 의견충돌로 마찰을 빚고 회사를 물러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 전 사장은 의혹 제기 이틀째인 26일에도 연락이 되지 않아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이달 초 신병치료차 미국으로 떠났으며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