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김 전 사장은 현대상선에 사표를 내고(작년 10월)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상태였고, 이 위원장은 2000년 6월 산업은행이 4900억원을 현대상선에 대출해줄 당시 산업은행 총재로 재임하다 그 해 8월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옮겼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이 어떤 이유로 김 전 사장에게 경영복귀 요청을 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사장의 한 측근은 30일 “올 3월 김 전 사장이 이 금감위원장에게서 현대상선 사장직을 다시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무척 고심했다”면서 “제의를 받은 때는 3월28로 예정된 현대상선의 주총을 며칠 앞둔 3월 중순경이었다”고 말했다.
이때는 현대상선 장철순(張哲淳·현 부회장) 당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사장 업무를 보고 있던 때로 정기주총에서 공식적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절차를 앞둔 시기였다.
이 측근은 “김 전 사장은 ‘회사를 위해서는 다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도리지만 후배들을 밀치고 복귀하는 것은 모양이 안 좋다’고 고심했다”며 “결국 이 위원장의 경영복귀 요청을 사양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과 김 전 사장은 고교(대전고)와 대학(고려대 법학과) 동문으로 이 위원장이 선배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현대상선 대출금의 대북송금 의혹이 불거진 이후 김 사장과의 관계에 대해 “산은 총재 시절 (김 전 사장을) 한두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가까운 사이가 아님을 내비치면서 이번 대북송금 파문과 관계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막후 지원하는 금감위원장이 퇴진한 사장에게 경영복귀를 요청했다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유동성위기를 겪은 기업의 퇴진한 사장에게 다시 경영을 맡긴 사례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본보가 김 전 사장의 현대상선 경영복귀 요청에 대해 확인하자 비서진을 통해 “현대상선 문제에 대해서는 실무진에 물어보라”고 언급을 피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