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국회 기금 심사 첫도입

  • 입력 2002년 10월 2일 18시 50분


정부가 2일 확정한 내년 기금(基金) 운용계획안은 그동안 각 부처의 ‘쌈짓돈’처럼 방만하게 운영됐던 47개 기금의 운용 방식을 크게 손질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획예산처가 개정된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각 부처가 마련해온 기금운용계획안을 조정하고 국회의 심사제도까지 받도록 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번 운용계획에 포함된 기금은 △사업성기금 39개 △연금성기금 4개 △계정성기금 4개 등 47개다. 정부가 운용중인 58개 기금 중 예금보험기금 등 금융성기금 10개와 연말 폐지되는 법률구조기금은 제외된다.

▽새 기금운용계획안의 특징과 과제〓기금은 서민주택공급 교통시설개발 등 특정 목적을 위해 부담금, 연금 보험료, 복권사업 등으로 조성된다. ‘제2의 예산’이라고도 불린다. 세금으로 만들어져 엄격한 관리를 받는 예산과 달리 기금은 각 부처가 재량권을 갖고 사용해와 ‘방만한’이란 표현이 관용구처럼 따라다녔다. 내년엔 159조7879억원을 굴려 경상사업비, 기금운영비로 모두 19조6425억원을 사용한다. 정부 예산(111조7000억원) 이외에 20조원 가까운 돈이 공공성 사업에 쓰이는 셈.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안은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일반 예산이 거치는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거치게 했다. 기획예산처가 각 부처가 마련해온 계획안에 손질을 가해 국무회의에 올리고 국회 심의도 받도록 한 것.

이에 따라 기금수지 흑자규모를 올해 5조3000억원(계획)에서 내년에는 11조6000억원으로 크게 늘린다는 목표다. 정부 예산에서 기금에 내는 출연금과 융자금은 올해 2조8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14.6% 줄어든다. 그만큼 국민부담이 가벼워지는 셈이다.

장병완(張秉浣) 기획예산처 기금정책국장은 “예전보다 기금의 자체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도록 조정해 내년 기금수지 흑자규모를 늘리도록 하겠다”며 “덕분에 여유자금도 12조8000억원이나 많아져 주식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여유자금이 크게 늘어난 만큼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가 앞으로 주요 과제로 남는다. 중앙대 조성일 국제대학원장(기금운용평가단장)은 “민간 기금 못지않게 위험관리를 철저하게 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며 “단기자금보다는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장기적인 금융상품에 많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점 지원사업〓서민주거 생활안정과 맑은 물 공급확대를 위한 지출이 크게 늘어난다.

저소득 영세민 등에 대한 전세자금 지원이 1조2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영세민 세입자에게 연리 3%의 전세자금이 지원되고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나 서민에 대해 가구당 최고 6000만원까지 전세자금이 돌아간다.

4대강 수계(水系)관리기금을 바탕으로 이 지역 수질개선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하수처리시설 등 환경기초시설 설치 운영비는 1153억원에서 2728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6809억원을 투입하고 영농규모 확대와 우량농지 조성사업도 계속 추진한다. 마늘재배 농가에 대해 경영안정자금으로 1000억원이 배정됐다.

4세대 이동통신기술개발 등 차세대 원천기술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위해 895억원이 지원된다. 또 정보기술(IT)기기 핵심전자부품의 국산화율을 앞으로 5년간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230억원이 투입된다.

주5일 근무제를 조기 도입하는 중소기업에 신규 채용 인건비를 지원하기 위해 1000억원이 책정된 것도 눈에 띄는 부분. 여성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육아휴직급여가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되고 공공·직장 보육시설을 늘리기 위해 318억원이 투입된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연기금 '주식 직접투자' 5조 올 2배▼

내년에는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금 및 기금의 주식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크게 늘어난다. 이에 따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올해 연기금의 증시 직접투자 규모는 2조3350억원. 국민연금이 1조9000억원, 공무원연금 500억원, 사학연금 3850억원 등이다. 또 6월말 현재 수익증권에 편입돼 있는 주식투자 잔액은 1조원가량으로 집계됐다.

기금운영계획안에 따르면 내년에는 이들 기금의 주식 직접투자 규모가 △국민연금 4조원 △공무원연금 3000억원 △사학연금 6000억원 등 모두 4조9000억원으로 올해의 2배를 넘게 된다. 여기에 수익증권(펀드)을 통한 간접투자를 감안할 경우 6조원 이상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전망이다.

내년에도 간접투자 규모가 올해 수준을 유지하면 연기금의 신규 주식투자 규모는 모두 5조9000억원. 여기에 소규모 연기금 투자풀의 주식투자를 포함할 경우 6조원은 쉽게 넘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는 연기금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데 비해 운용할 만한 곳은 별로 없어 연기금의 주식투자액이 매년 20∼30%씩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내년 기금 여유자금 56조7000억원 가운데 채권에 대한 투자는 올해 23조8000억원에서 37조4000억원으로 57%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국채 매입규모는 10조1000억원에서 11조2000억원으로, 회사채 공채 지방채 금융채 등의 매입규모는 13조7000억원에서 26조20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다만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 오히려 가입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03년도 기금 운용계획 (단위:억원)

2002년

2003년

증감률

사업비

39조4393억

40조3381억

2.3%

기금운영비

9467억

1조425억

10.1%

정부내부지출 등

60조4951억

61조7197억

2.0%

여유자금운용

43조8951억

56조6876억

29.1%

합계

144조7762억

159조7879억

10.4%

자료:기획예산처

2003년 공공기금 중점 지원사업 (단위:억원)

사업

2002년

2003년

국민임대주택 건설지원

1조5698

1조6735

중소기업 구조개선자금

8500

1조

고급IT인력 유학지원 확대

5

20

관광숙박시설 건설

871

1020

여성기술인 창업자금 지원

0

100

4대 강 유역 환경기초시설 확대

1153

2728

과학콘텐츠 개발보급

31

86

공공 직장보육시설 확충

52

318

에이즈 예방사업

10

33

대북경수로 사업

3533

3870

주5일 근무제 조기도입 중소기업지원

0

1000

자료:기획예산처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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