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반기보고서엔 2000년 6월말 현재 당좌대출금이 1000억원으로 나타나 있다. 회계장부에서 누락된 3000억원이 북한으로 송금됐는지 다른 현대계열사 지원에 쓰였는지에 대한 의문은 더 커졌다.
분식회계 혐의가 분명히 드러남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직접조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산업은행은 2일 “현대상선이 2000년 6월7일 인출한 당좌대출 400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을 만기(30일) 하루 전인 29일 갚았다가 30일에 다시 대출해갔다”며 “반기보고서에 이 부분이 빠졌다”고 밝혔다.
산은 정건용(鄭健溶) 총재도 “현대상선이 반기보고서에 부채를 1000억원으로 기재한 것은 사실상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당좌대출금 3000억원을 단순히 주석 공시사항에서만 누락시킨 것이 아니라 단기차입금 항목에서 빠뜨려 차입금 규모 자체를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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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반기보고서에는 6월말 단기차입금 1조3346억원, 부채비율 286%로 돼 있으나 산은 당좌대출금 3000억원을 포함하면 단기부채 1조6346억원, 부채비율 301%로 높아진다.
현대상선은 99년 결산 때도 선박과 건물 등 유형자산에 대한 경제적 내용(耐用)연수를 연장, 이익잉여금을 3638억원 늘리는 방법으로 부채비율을 낮췄다.
내용연수 변경은 예컨대 건물의 수명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 매년 들어가는 감가상각비를 줄이는 것으로 기업이 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수단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