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달리기를 해온 회사원 이수진씨(32·서울 동작구 흑석동)는 달리기 뒤에 겪는 다리통증이 운동화 탓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한국 마라톤의 간판 스타인 이봉주 선수가 경기에서 신었다는 전문화를 10만원 이상 주고 사서 사용해왔다. 그것도 600㎞를 달렸을 때마다 새 신발로 바꿔가면서.
전문가들은 이씨가 근육의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운동화를 신었기 때문에 부상을 입었다는 진단을 내렸다.
몸무게와 속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70㎏의 사람이 달릴 경우 통상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300㎏ 이상의 하중이 쏠린다. 또 땅에 닿을 때 발은 미세하게 좌우로 흔들린다. 이런 충격에 견딜 만한 근육이 없는 데다 완충작용을 하는 운동화가 부실할 경우는 부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선수용 마라톤화는 이런 하중이나 흔들림을 잡아주는 기능이 덜하다. 선수들은 근육이 충분히 발달해 있어 이런 기능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몇 년째 즐기는 사람도 이씨처럼 운동화에 대해 모르는 이가 많다. 알음알음 귀동냥으로 좋다는 운동화를 고르지만 자신에 맞는 운동화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전 마라톤 국가대표로 동아마라톤 등 국내 주요 경기에서 우승한 방선희씨와 달리기용품 전문매장인 런너스클럽(www.runnersclub.com) 정민호 차장의 도움을 받아 수준별로 적합한 운동화를 추천받았다. 정 차장 역시 해마다 수차례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베테랑 러너다.
▽초보 러너, 과체중 러너〓충격 흡수 기능을 높인 쿠션화가 좋다. 발바닥의 ‘아치’가 다른 이에 비해 깊이 파인 사람들도 이런 종류의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신발 밑창이 다른 것에 비해 두툼하고 약간 묵직하다. 제조사별 운동화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뉴밸런스 M1022(11만9000원)나 751(10만9000원), 르까프의 랠리(6만5000원), 레오파드(6만5000원), 런업(6만2000원), 아디다스의 포칼(6만9000원)이나 라이카(7만9000원), 아식스의 두란고(6만3200원), 프로스펙스의 포스트런(6만8000원) 쿨런(5만9000원) 등이 좋다.
▽6개월 이상 꾸준히 달려온 러너〓통상 러닝화로 부르는 게 대부분 이 범주에 속한다. 신발 제조사들이 주로 타깃으로 삼는 시장. 발목과 아치의 비틀림 등을 막는 데 중점을 둔 신발이 많다. 뉴밸런스 M730(9만9000원), 아디다스의 터렛(8만9000원) 클라이마쿨(15만9000원) 레스판스(11만9000원), 아식스의 GT-2070(9만6000원), 프로스펙스의 코리아런(10만5000원) 등.
▽평발 러너〓전문용어로 모션 컨트롤화로 불리는 신발이 좋다. 평발인 이를 위해 신발 밑창이 아치를 받쳐주는 기능을 보강했고 착지시 발이 안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이 심한 경우도 이런 종류의 신발이 좋다. 뉴밸런스 854(11만9000원), 리복 보스톤로드(11만9000원), 아식스 님버스(12만원) 등.
▽마라톤 ‘고수’〓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반 안쪽으로 달릴 수 있는 고수들을 위한 신발로는 뉴밸런스 830(10만9000원), 아디다스 심퍼시(11만9000원), 아식스의 타사(12만원), 프로스펙스의 마라톤(4만9000원)이 좋다. 선수급 러너는 뉴밸런스 RC230(8만9000원), 르까프 로드런 TI(8만7000원), 아디다스 쿠바토JS(11만5000원), 아식스 솔티매직트러스(18만원), 프로스펙스 하이퍼(6만9000원) 등이 적당하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