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산업은행은 당좌대출이 만기가 되면 일단 대출금을 갚고 그 다음날 다시 인출해야 하는 업무처리 규정을 어기고 현대상선의 당좌대출금 만기를 ‘특혜 연장’ 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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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 소속 엄호성(嚴虎聲·한나라당) 의원은 3일 “산은이 제출한 현대상선의 2000년 6월 5∼7일 차입신청서와 당좌대월약정서, 융자금영수증을 검토해 보니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의 서명과 직인(職印) 등이 다른 대출서류와는 크게 다르다”며 “이는 산은과 현대상선이 김 사장 몰래 조작한 가짜 서류”라고 주장했다.
당시 당좌대출 4000억원을 받을 때 만든 ‘당좌대월약정서’와 ‘융자금영수증’에는 현대상선의 다른 대출서류와 달리 김 사장의 서명이 없으며 사업장 소재지가 표시되지 않은 직인이 찍혀 있다.
또 ‘당좌대월약정서’ 제1조의 대월한도에 ‘금 사십억원정’으로 잘못 기재돼 있고 ‘융자금영수증’은 이 회사의 다른 영수증과 달리 결재란과 여신기호란이 좌우 반대로 배치돼 있다.
현대상선이 6월 5일 낸 차입신청서에도 다른 신청서와는 달리 상환기간, 담보제공계획, 업종, 자본금 또는 실자산 등이 빈칸인 상태다.
이는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국감 증언에서 “김 전 현대상선 사장이 2000년 8월 말 ‘6월에 대출받은 4900억원은 우리가 손도 못 댔다. 정부가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힌 것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국회 재경위 소속 임태희(任太熙·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현대상선이 당좌대출금 4000억원을 인출해 간 후 만기일인 6월 30일까지 4000억원을 모두 갚고 다시 인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명백한 위법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은 6월 7일 당좌대출 4000억원 약정을 맺고 모두 인출했으나 만기(30일) 하루 전인 29일 3000억원만 갚고 만기연장(3개월) 조치를 받은 뒤 30일 다시 3000억원을 빼냈다.
9월 28일 다시 만기가 돌아왔을 때도 산업은행은 4000억원을 모두 돌려받고 만기를 연장해줘야 하는데 입금절차를 생략했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현대상선이 6월 이후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4000억원을 한꺼번에 마련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