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직접 사용해 본 뒤에 제품을 구입하게 하는 ‘체험마케팅’이 외국기업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이른바 ‘소비 민족주의’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데다, 외국 브랜드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고객을 직접 껴안으러 나서는 것.
존슨앤드존슨은 2년째 1회용 콘택트렌즈 ‘아큐브’의 시험 착용행사를 해 오고 있다. 제품 홈페이지(www.acuvue.co.kr)를 통해 시험 착용을 신청한 고객에게 가까운 안경점을 안내, 안경사와 상담을 통해 시력에 맞는 콘택트렌즈 한 쌍을 무료로 증정한다.
그동안 25만명이 행사에 참여했으며 이중 8만여명이 1년 평균 30쌍들이 8팩을 구입하고 있다. 콘택트렌즈 25만개를 투자하고 매년 1920만개를 팔고 있는 것이다.
존슨앤드존슨 김현주이사는 “의료기구의 특성을 많이 갖고 있는 렌즈의 특성상 충동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체험행사가 꼭 필요하며, 외국기업 입장에서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동시에 제품에 대한 자신감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수입 판매하는 한성자동차는 1년 한차례 ‘오픈하우스’행사를 한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과 부산 사상구 감전동 등 전국 7개 서비스센터에 고객 200여명을 초청해 벤츠만의 첨단 정비시설과 정비과정을 소개한다. ‘스타다이그노시스’라는 진단장비를 자동차 컴퓨터전자제어모듈(ECM)에 연결, 자동차의 이상 부위가 컴퓨터 그래픽과 함께 모니터에 뜨는 모습 등을 보여주면서 “벤츠는 수입차이기 때문이 아니라 최고의 품질과 AS를 보장받는 차이기 때문에 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고소득층의 특성상 대중매체에 의한 광고 못지 않게 입소문이 수요를 크게 자극하는데, 오픈하우스 행사가 입소문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한성자동차 김희정과장은 “벤츠를 살 수 있으면서도 사회적 지위 때문에 국산차 구입을 고려하는 고객이 친구의 말을 듣고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데 오픈하우스 행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용품 전문업체 한국 P&G는 지난 4년 간 섬유탈취제 ‘페브리즈’ 2000여ℓ 를 거리에서 뿌렸다. 7월 서울 시내 10개 주유소에서 고객들의 승용차를 청소하면서 시트에 페브리즈를 뿌려주는 행사를 했고, 9월에는 서울 신촌 그랜드마트에서 페브리즈 빈 병을 가져오는 고객에게 리필해주는 행사도 열었다.
이밖에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라이트 레몬’을 내놓으면서 거리에서 샌드백을 설치해 놓고 이를 때리는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며 ‘다이어트 음료’라는 이미지를 전달했다. 토종기업이었다가 외국기업이된 르노삼성자동차는 SM5 130대, SM3 120대를 전국 대리점에 세워두고 고객이 언제든 시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SM5는 주행거리 10만㎞가 넘은 차와 새차를 모두 몰아보게 하면서 내구성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P&G 마케팅부문 브랜드매니저 김주연부장은 “체험마케팅은 고객의 감각을 모두 자극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친근감이 생기고, 광고로는 거두기 힘든 구전(口傳)효과가 커 소비자들이 다소 거리감을 느끼는 외국기업에는 필수”라고 말했다.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