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특집]편의점 가을-겨울 상품전 ´입맛 끌기´ 경쟁

  • 입력 2002년 10월 7일 16시 59분


편의점들이 새로 개발한 다양한 먹거리로 한국인의 입맛을 바꾸고 있다. 편의점업계 1위 세븐일레븐의 ’가을·겨울상품 전시회’는 풍성하고 이색적 상품들도 넘쳐났다.
편의점들이 새로 개발한 다양한 먹거리로 한국인의 입맛을 바꾸고 있다. 편의점업계 1위 세븐일레븐의 ’가을·겨울상품 전시회’는 풍성하고 이색적 상품들도 넘쳐났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2002 가을·겨울 상품전시회’. 올가을과 겨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3000여종의 식음료가 선을 보였다. 전시장은 신상품을 물색하러 나온 편의점주와 식음료 업계 관계자들로 북새통이었다. 26일부터 시작된 이 행사에 모두 4100여명이 다녀갔다. 세븐일레븐 기획실 이영헌 차장은 “주먹김밥, 도시락 등 ‘테이크아웃’ 식품과 건강을 내세운 식음료가 올가을 겨울에도 강세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 눈으로 입맛을 댕긴다

여느 행사장과 다를 바 없는 전시장 입구를 지나서 모퉁이를 돌면 곧바로 시식 코너. 즉석식품, 음료, 과자 등 식음료의 향연이 벌어졌지만 코끝을 간질이는 달콤한 냄새의 유혹은 없었다. 그러나 알록달록한 포장과 먹음직스러운 음식 색깔은 ‘눈으로 음식을 먹는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

입맛이 동한 참가자들은 접시와 이쑤시개를 들고 시식 코너를 누볐다. 과일 보드카 등 신세대를 노린 달콤한 저알코올 주류 코너에는 이른 시간인 데도 주당(酒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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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식품 전성시대

전시장 곳곳에서 ‘건강’이라는 선전 문구가 넘쳐 났다. 롯데제과는 이날 전문 건강식품 브랜드 ‘헬스원’을 선보였다. 비타민 4종, 미네랄이나 동식물성 추출물 식품 6종을 7일분과 15일분 등으로 소포장해 편의점에서 각각 3000원, 6000원에 팔 계획.

수입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르’ 코너에 아이스크림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40, 50대가 “아이스크림, 하나 더”를 외치고 있었다. 홍삼향이 배어 있는 신제품 아이스크림 ‘미니컵 홍삼’(2000원)의 시식이 시작됐기 때문. 맞은편 코너에서는 홍삼 음료가 이들을 기다렸다.

이날 주최측 관계자들이 편의점주들에게 강조한 가을 겨울 식음료 진열 포인트는 ‘건강 식품’. 냉장고의 ‘로열박스’인 사람 눈높이 정도에 건강 기능성 음료를 진열하라고 충고했다. 아예 편의점 계산대 옆에 복권 판매대와 건강식품 코너를 함께 설치하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 ‘워킹 런치’(working lunch) 족(族)을 잡아라

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삼각김밥, 주먹밥, 도시락 등 직장인을 겨냥한 즉석식품 코너가 붐비기 시작했다. 긴 겨울밤 밤참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즉석식품이 선보였기 때문.

편의점 매출 1위 제품인 삼각 김밥의 인기를 등에 업고 신제품 주먹밥 11종이 진열대에 올랐다. 잡곡, 볶음밥, 누룽지 등 각양각색의 밥에 카레, 김치, 돈가스, 계란 등을 얹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도시락 종류도 한결 다양해졌다. 5000∼6000원대 도시락은 찰밥, 잡곡밥 등 2∼3종의 밥을 섞어 담았다. 밥과 소스가 따로 포장된 덮밥은 2400∼3000원선. 또 나물류 등을 포장한 반찬, 물만 부어 끓이는 생우동, 치킨 샐러드 등도 진열대에 올랐다. 메뉴가 단조롭고 밥과 소스가 한데 섞여 ‘개밥’처럼 보인다는 소비자들의 클레임이 신제품에 반영된 것. 주문을 받아 편의점주가 직접 배달하는 예약 도시락도 선보였다.

개당 100∼1000원인 어묵을 종류별로 골라 국물과 함께 종이컵에 담아서 가져가는 ‘테이크 아웃’ 어묵도 나왔다.

# 캐릭터 과자를 아시나요

화려한 장식품으로 꾸며진 컨셉코트너는 눈요기 장소. 빼빼로데이(11월 11일), 핼러윈데이(10월 31일), 테디베어데이(10월 27일), 크리스마스(12월 25일) 등을 기념한 예쁘고 아기자기한 캐릭터 과자가 눈길을 끌었다. 롯데제과는 빼빼로데이를 맞아 캐릭터 인형과 굵은 빼빼로 과자를 선물용으로 팔 계획. 또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인 테디베어 인형 탄생 100주년을 맞아 테디베어 캐릭터가 들어간 과자도 내놓았다. 행복을 기원하는 18가지 캐릭터가 담긴 캐릭터 초콜릿도 나왔다. ‘모래(설탕) 속에 담긴 벌레(젤리)’를 먹는 핼러윈데이 엽기 캐릭터 과자도 눈에 띄었다.

# 과일향 음료가 뜬다

알코올 도수는 5% 안팎. 혀와 코를 감싸고 넘어가는 상큼한 과일향. 주위에서 “술이라기보다 주스에 가깝다”는 말이 들린다. 과일 주류의 대표 주자는 KGB 과일 보드카와 과일 맥주.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라이트에 레몬향을 넣은 코카콜라 라이트 레몬, 롯데칠성음료는 트위스트 레몬 등을 선보였다.

70년대 국내에 소개돼 중년층에도 익숙한 우유음료 ‘칼피코 워터’는 탄산맛 대신 상큼한 사과향이 들어간 신제품이 소개됐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모르면 왕따를 당한다는 ‘망고 주스’도 있었다.

#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아사히맥주는 손으로 고리를 당겨 뚜껑을 여는 원터치 방식의 ‘스타이니 병’제품을 선보였다. 서울우유는 아이들 간식이나 술안주용으로 먹기 좋게 치즈에 요구르트를 넣고 사탕처럼 낱개 포장한 ‘치즈볼’을 내놓았다.

컵라면처럼 컵 용기에 뜨거운 물을 붓고 소스를 비비기만 하면 완성되는 ‘즉석 떡볶이’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편의점 판매대, 이온음료-생수 “뒤로”…커피-쿠키류 “앞으로”▼

편의점 호빵은 계절의 전령. 가을이 깊어지면서 편의점마다 호빵을 내놓기 시작했다.

편의점들이 계절상품 갈아입기로 바쁘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봄·여름용 상품들이 사라지거나 구석으로 밀려나고 가을·겨울용 상품들이 판매대의 ‘골든 존(Golden Zone)’을 독차지하면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이온음료와 생수가 ‘찬밥 신세’로 전락한 것. 여름철 내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계절의 변화 앞에는 속수무책이다. 기온이 떨어질수록 잘 팔리지 않아 구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반면 온장고 중심의 커피 및 각종 차(茶)류가 눈에 잘 띄는 목 좋은 자리로 진입하고 있다. 주로 따뜻하게 먹는 음료일 뿐 아니라 추울수록 진한 맛을 선호하는 입맛 덕택으로 풀이된다. 특히 1회용 커피와 원두커피, 컵 하나에 담긴 원컵 커피 등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귀띔한다.

이에 발맞춰 초콜릿이 박혔거나 씌워진 쿠키나 케이크류도 골든 존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들 과자를 커피와 함께 먹는 이들이 많기 때문. 일반 초콜릿보다 부드럽지만 쉽게 녹아 여름에는 자취를 감췄던 겨울 초콜릿들도 매장에 등장했다.

과자류에서는 매대 아래쪽, 후미진 곳에 있던 감자 스낵류와 비스킷류가 제과코너의 황금 매대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원래 이 자리는 일반 봉지스낵의 텃밭이었다. 이들 제품은 눅눅해지기 쉬운 특성에 여름 내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하지만 강한 맛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여름철 크래커시장의 황태자인 담백한 맛의 무설탕 크래커는 위세를 잃고 있다.

어떤 이는 편의점 매장에 어묵과 호빵의 등장으로 계절을 실감하기도 한다. 올해 어묵류는 젊은층의 입맛에 맞게 퓨전화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여러 맛을 한번에 느낄 수 있도록 모듬화, 차별화하는 것.

이와 함께 핫바류의 매출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LG25는 1000원에서 1200원꼴인 떡갈비 꼬치, 맛살말이, 튀긴새참바, 하이포크 등 총 8종의 핫바 상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 선거라는 변수도 매대 상품 구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이번에 서적 매대의 상품 구성을 바꾸면서 시사 주간지를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놓을 방침. 대선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시사 문제에 집중되리라는 판단에서다. 또 20대 여성의 구매력 증가도 여성용 잡지, 특히 20대를 위한 잡지 매대를 크게 늘렸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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