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로서는 선택 폭이 넓어져 환영할 일이지만 주류 회사들은 생존 게임이 벌어진 셈. 특히 올해 상반기 매실주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가량 줄어든 상태여서 업계에서는 팽팽한 긴장이 감돌고 있다. 게임의 시작은 지난달 진로가 내놓은 ‘매화秀’. 주세법상 과실주로 분류된 이 술의 출고가는 300㎖들이 1병에 1190원으로 두산 ‘설중매’(375㎖ 3705원)나 보해양조 ‘매취순’(375㎖ 3710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가격 면에서 위협적이라는 게 주류업계의 분석이다.
매화秀의 가격이 싼 이유는 세금 때문. 현행 주세법 상 리큐르로 분류되는 설중매와 매취순은 주세 70%(제조원가 대비)와 교육세 30%(주세 대비)가 부과되는 반면 과실주인 매화秀에는 주세 30%와 교육세 10%만 매겨진다.
진로 관계자는 “지리산에서 난 1등급 매실만 골라 6년 간 숙성시킨 매실원액 80%에 포도원액 20%를 섞어 기존 매실주보다 맛이 부드럽고 산뜻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품질은 고급 주종의 지위를 유지하되 값을 대폭 낮춘 만큼 매실주 시장에서 ‘가격 파괴’ 제품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은 진로가 주세법의 ‘맹점’을 노려 가격을 대폭 내리기는 했지만 매화秀를 순수한 매실주로 볼 수 없다는 견해.
두산 마케팅팀 이남철 과장은 “현행 주세법이 과실 원액이 20% 이상 들어간 술을 과실주로 분류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포도원액이 들어간 술이 순수 매실주와 똑같은 맛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존 매실주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이다. 보해도 매화秀 상표에 있는 ‘6년 숙성 매실주’라는 표기에 대해 과실주로 허가받은 술에 매실주 상표를 붙여 파는 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행위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를 뒤집는 논리도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술값은 세금과 브랜드 가치, 제조년도, 원액 등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는 전반적으로 비슷한 품질의 술값이 2배 이상 차이 난다는 건 그만큼 거품도 많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어쨌든 주류 업계에서는 한해 1200억원 규모의 매실주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지만 소비자로서는 즐거운 선택만 남은 셈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매실주는 △진로의 매화秀 △두산의 설중매와 설중매 골드 △보해양조의 매취순과 순금 매취순 △무학의 매실마을, 매실골드, 청매화 등이 있다.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