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오징어 땅콩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 비닐 용기가 아니라 종이컵 용기로 바뀐 것. 통상적인 제품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새로운 제품이 탄생한 셈이다.
오리온 마케팅팀 양재형 팀장은 “컵 모양의 오징어 땅콩은 한국인의 생활습관 변화를 반영해 마케팅팀이 내놓은 제품”이라고 말한다.
마케팅팀이 꼽은 올해의 화두는 ‘주5일 근무’. 주5일 근무가 확산되면서 자동차문화와 극장문화도 점점 발달하게 된다. 제품도 그 변화에 맞춰야 했다.
올 초 마케팅팀은 새로운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운전 중에도 손쉽게 먹을 수 있고 극장에서도 인기를 끌 과자를 만드는 게 주된 목표.
7월에는 드디어 새 제품이 만들어졌다. 봉지가 아니라 컵 형태로 탈바꿈한 오징어 땅콩을 개발한 것. 자동차 컵 홀더에 쉽게 꽂을 수 있고 극장 손잡이에도 편하게 놓을 수 있게 됐다.
시장반응도 좋았다. 시범적으로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미니스탑 등 3개 편의점에만 팔았으나 다른 편의점에서도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결국 마케팅팀은 올 12월부터 전국적으로 새 오징어 땅콩을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최근 과자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들고 다니기 편하고 보관하기 쉬운 ‘테이크아웃’ 과자가 선보이기 시작한 것. 마개가 있는 커피잔을 들고 다니며 마시듯 과자도 컵처럼 들고 다니며 먹는 시대가 열렸다.
테이크아웃 과자의 시초는 97년부터 P&G가 수입해 직접 판매하는 ‘프링글스’라고 할 수 있다. 프링글스는 여닫을 수 있는 뚜껑이 있어 보관이 편했고 용기 모양이 새로워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게다가 봉지스낵 보다 공간을 적게 차지할 뿐 아니라 용기도 튼튼해 여행용으로도 즐겨 사용됐다.
최근에는 한국 제과업체들도 테이크아웃용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롯데제과는 나쵸 치즈맛을 내는 테이크아웃형 스낵 ‘아우터’를 내놨다. 아우터는 제품 용기가 물병 모양인데다 용기 뚜껑이 컵처럼 돼 있어 뚜껑을 컵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뚜껑에 스낵을 부어 먹으면 스낵 표면에 발린 양념이 손에 묻지 않아 젊은 신세대들이 좋아한다는 게 롯데제과측 설명.
롯데제과는 또 팝콘을 컵 용기에 담아 야외에서 이동할 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스타팝콘’도 판매 중이다.
빙과제품도 컵이나 병 모양으로 된 용기가 최근 눈에 띄게 많아졌다. 롯데제과 ‘에너보틀’과 ‘고드름’, 해태제과 ‘아이스가이’, 빙그레 ‘투비트’ 등이 시중에 나와 있다.
컵 모양의 플라스틱 용기에는 아이스크림이 얼음조각으로 부서져 들어있어 운동하거나 등산 할 때 물 대신 먹기에 좋다. 또 뚜껑을 열고 닫을 수 있어 여러 차례 나눠 먹기에도 편하다.
해태제과 김용억 유제품 파트장은 “유행과 간편성에 민감한 젊은이들을 겨냥해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테이크아웃 제품이 많이 나오는 추세”라며 “보관하기도 편해 테이크아웃 제품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