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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분양시장 열기가 예상보다 일찍 가라앉을 기미다.
8일 있은 서울 9차 동시분양 1순위 청약에서는 636가구에 3만6000여명이 몰려 57.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8차 분양의 57.5 대 1과 비슷한 수준.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크게 낮은 수치다. 다음달부터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1순위 청약자격 제한 조치’를 앞두고 막판 수요가 이번 동시분양에 대거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일부에서는 사상 최고 경쟁률을 점치기도 했다.
청약률은 집값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게 통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이면 새 아파트를 사는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청약 결과가 주택 수요 감소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예상보다 이른 청약률 하락〓서울 아파트 청약률은 7차 동시분양(168.9 대 1)을 기점으로 두달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원자 수가 줄고 있다는 게 주목할 만한 대목. 8차 분양에서는 4만명이 몰렸지만 이번에는 3만6000여명에 그쳤다.
7일 접수를 받은 무주택자 우선분양도 마찬가지다. 493가구에 3500여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7.9 대 1에 불과했다. 8차(10.8 대 1)나 7차(35.5 대 1) 때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무주택자 우선분양은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의 절반을 집 없는 사람들에게 배정하는 제도. 하지만 당초 의도와 달리 무주택자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공인된 기회로 여겨졌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분양권 전매 제한으로 무주택자까지 청약을 삼가고 있다”며 “아파트의 투자매력이 떨어져 ‘묻지마 청약’이 사라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는 분위기”라고 해석했다.
▽위축되는 매매수요〓주택 수요가 주는 것은 기존 아파트 시장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 동향조사’에서는 앞으로 6개월 안에 부동산을 살 계획이 있는 가계의 비중이 2·4분기(4∼6월) 8%에서 3·4분기(7∼9월)에는 7%로 떨어졌다.
부동산 구입 희망가구 비중은 2000년 4·4분기(10∼12월) 3%를 저점으로 꾸준히 상승해 올 1·4분기(1∼3월)와 2·4분기에 8%로 정점을 이뤘다.
수요 감소는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고층아파트(5, 6, 7단지)는 한달 전만 해도 4억2000만∼4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23평형대가 최근 3억7000만원까지 내렸다. 급매물로 3억5000만원까지 나왔으나 거래는 없는 상태.
개포동 W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어 매물은 늘지만 살 사람이 없다”고 귀띔했다.
최근 전세금 하락도 눈여겨볼 만하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매매가 상승률이 전세금 상승률보다 높은 상태에 있을 때 전세금 상승률이 하락하면 1년 뒤 매매가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집값 하락의 전주곡인가〓일부에서는 이 같은 수요 감소가 비수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통상 12월 겨울방학 전까지는 비수기이기 때문에 수요가 줄었다”며 “작년만 보더라도 10월까지는 집값이 잠잠하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세 하락설’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상황. 청약률과 전세금의 동시 하락,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규제 등을 놓고 봤을 때 장기적인 하락세라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주택 공급은 느는 반면 기존 아파트의 투자성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어 집값이 일시에 폭락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