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업계의 ‘거물’ 2명이 오랜 침묵을 깨고 현장에 다시 나섰다. 대교그룹 계열사인 ‘도시와 사람’의 김한옥(金漢玉) 사장과 ‘신영’ 정춘보(鄭春寶) 사장이 그 주인공.
김 사장은 다음 달 서울 종로구 익선동과 성동구 성수동에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오피스텔을 선보인다. 8∼11평형으로 독신자만을 위한 것이다. 내부 평면과 마감재 등을 일체 비밀에 부칠 정도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정 사장도 이달 말 서울 종로구 수송동과 12월 경기 수원시 송죽동에 주상복합아파트를 내놓는다. 수송동 아파트는 신영이 계약자들로부터 임대를 위탁받아 관리해 주는 수익형 상품이다.
김 사장과 정 사장은 개발전문가(디벨로퍼·developer)라는 개념을 한국에 처음 도입한 관련업계의 대표 주자. 쓸모없는 땅을 금싸라기 사업장으로 바꾸는 게 이들의 특기다. 김 사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선보인 오피스텔 ‘청구 오딧세이’와 정 사장의 ‘로열 팰리스’ 시리즈는 개발업계의 교본으로 통한다.
김 사장이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정통파’라면 정 사장은 밑바닥부터 출발한 ‘감각파’다.
손대는 사업마다 숱한 화제를 뿌렸던 이들이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건 역설적으로 그간 부동산 경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 김 사장 표현에 따르면 누구든지 땅만 사면 대박을 터뜨리는 분위기에서 굳이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할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두 사장은 올해 초 소규모 프로젝트를 한 뒤 여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에 냉기류가 흐를 조짐이 보이자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업계에서도 이들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 때마다 새로운 상품을 선보여 활력을 불어넣곤 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개발업자의 진가가 발휘된다”며 자신들의 활동을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