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기업 "빚줄이자"…신규투자보다 부채상환 주력

  • 입력 2002년 10월 10일 17시 48분


기업들이 내년 경기 불안에 대비해 빚을 줄여가고 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올들어 수익이 늘면서 현금이 쌓이자 당장 설비투자를 하거나 유동성을 늘리기보다 빚을 갚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작년말 부채가 2조7000억원(43%)이었으나 올들어 꾸준히 빚을 갚아 6월말 2조3400억원(39%)으로 줄였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외화 차입금과 해외사채 등을 만기가 돌아오는 즉시 갚아 연말까지 부채규모를 1조9000억원(36%)으로 대폭 낮출 계획이다.

LG화학도 올해안에 부채를 2000억원 이상 줄여 작년말 185%였던 부채비율을 연말까지 160%로 낮출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 2차 전지 등 정보전자 소재, 인조대리석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지만 부채축소에도 주력해 6월말 현재 부채비율을 165% 수준으로 낮췄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부채상환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3월말 LGEI와의 기업분할 당시 7조5000억원이던 부채를 연말까지 6조원으로 줄일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올들어 1조원 이상의 부채를 지닌 신세기통신을 인수하고 KT 지분을 2조원가량 인수했음에도 대부분 유보 현금으로 충당하면서 꾸준히 빚을 갚아 연말 부채액을 지난해말 수준인 6조4400억원 안팎으로 맞출 계획이다. SK㈜도 최근 SK텔레콤 지분을 미국시장에서 매각한 자금을 부채상환에 사용해 상반기 6조7000억원이었던 빚을 9월말 현재 5조4700억원으로 줄이는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빚을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시중 금리가 떨어져 금융비용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는데도 대기업들이 빚을 줄이고 있는 것은 최근 세계 경제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박경민(朴耕民) 한가람투자자문 대표는 “내년에는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면서 “디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재무구조의 건전성이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므로 기업들이 섣부른 투자보다 부채를 줄이는데 주력하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주요 대기업들의 부채 축소 계획
기업2001년말 부채액(부채비율)2002년말 부채액(부채비율) 예상
삼성전자2조7000억원(43%)1조9000억원(36%)
LG전자7조5000억(235%)※2002년 3월말 기업분할 당시 기준6조원 내외(200% 내외)
현대자동차10조5400억원(116%)10조7000억원 내외(106% 내외) ※현금보유 등 자산증가
포스코7조4000억원(72.8%)5조7000억원(53.4%)
SK㈜8조6000억원(152%) 5조5000억원(비율은 미정)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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