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으로 유명한 영국 위스키 제조업체 얼라이드 도멕의 ‘마스터 블렌더’ 로버트 힉스(57·사진)는 최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공장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오래 숙성된 위스키가 모두 좋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얼라이드 도멕에서 생산하는 모든 위스키의 블렌딩(수십 종류의 원액을 섞어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을 총지휘하는 그는 위스키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도 5, 6명에 불과한 마스터 블렌더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 경쟁적으로 시판되고 있는 17년산 이상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 제품에 대해 “위스키는 숙성연도뿐 아니라 술통의 종류, 술통 주변의 공기도 중요한 요소”라며 “똑같은 17년산이라고 해서 품질과 가격이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원액을 생산하는 증류소는 200여 곳. 이들 증류소마다 원액의 맛과 향이 독특하기 때문에 어떤 원액을 쓰고, 얼마만큼씩 섞느냐에 따라 위스키의 맛과 품질이 좌우된다는 것.
위스키 원액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싹이 튼 보리(맥아)를 증류해 나온 원액은 몰트 위스키, 옥수수 등 곡물을 원료로 만든 원액은 그레인 위스키라고 한다.
그는 “몰트 위스키는 맛이 강하기 때문에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 부드러운 맛을 낸다”며 “몰트 위스키가 많이 함유될수록 값이 비싸고 우수한 위스키”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말 한국 시장만을 위해 그가 직접 개발한 발렌타인 마스터스의 경우 몰트 위스키 45가지, 그레인 위스키 4가지를 섞어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들 49가지 원액을 얼마만큼씩 섞었는지는 ‘극비’라며 밝히지 않았다.
그는 “위스키 맛에 관한 한 한국인의 입맛은 매우 까다롭다”며 “발렌타인 마스터스를 개발할 때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1000회 이상의 맛 테스트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4000여 가지에 달하는 위스키 향을 단번에 구분하는 초인적 후각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23년 동안 보조 블렌더로 일하다 1993년 얼라이드 도멕의 마스터 블렌더 자리에 올랐다.
글래스고(영국)〓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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