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째라 카드 채무자´ 급증

  • 입력 2002년 10월 14일 11시 27분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하면 부인이 카드 빚을 갚아줄 지도 몰라요. 그때까지는 못 갚으니 그렇게 아시오"

세 차례나 연체를 한 뒤 카드사의 소송을 당하게 된 회원 이모씨(54세)의 황당한 주장이다.

이런 '막가파형'위에 아예 회사를 찾아와 몸싸움을 벌이는 '폭력형'까지 출현하고 있다.

B카드사 회원 조모씨(62)는 회사를 방문하여 결제금액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본인 사용분 임이 확인됐다. 조모씨는 막무가내로 카드대금 50%만이라도 감면하라며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다 법원까지 가게 됐다.

바쁜 업무에 시달리는 직원을 찾아가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신세타령을 한 뒤 카드 빚을 해결해달라고 하는 '읍소형'도 많다. C카드사 회원 김모씨는 읍소형의 대표적 사례. 김모씨는 직원을 붙들고,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실직상태인데다 아기도 아프고 정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 한번만 봐주십시오"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최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 연체율이 급격히 늘면서 '못 갚겠다'고 버티는 연체고객이 늘어나고 그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A 카드사의 연체관리 담당자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독촉전화를 100명에게 하면 '못 갚겠다'며 버티는 채무자는 1∼2명에 불과했으나 요즘은 최소한 3∼4명이 그런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B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 초에 10명이 돈을 못 갚겠다고 버텼다면 지금은 15∼16명 가량은 버틴다"면서 "4월부터는 당신 맘대로 하라는 '막가파 형'이 늘어났고 7월 이후에는 연체금 일부를 깎아달라고 조르는 채무자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개인워크아웃제 실시 등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기 위한 정부 방침이 자주 보도되는데다가 개인 카드 빚 증가에는 신용카드사 책임도 크다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카드업계는 풀이했다.

한편 올 들어 7월말 현재 LG, 삼성 등 9개 전업카드사의 연체율(매각채권 포함 기준)은 6.79%로 작년 말 4.36%, 3월말 5.05%, 6월말 6.29%에 비해 급격히 높아졌다.

은행 겸영 카드사의 연체율도 작년 말 7.4%에서 3월말 8.9%, 6월말 9.6%로 급상승하고 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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