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빚 못갚겠다” 배짱 연체자 급증

  • 입력 2002년 10월 14일 17시 39분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하면 아내가 카드 빚을 갚아줄지도 몰라요. 그때까지는 못 갚으니 그렇게 아시오.”

세 차례나 연체를 한 뒤 카드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이모씨(54)의 당당한 주장이다.

아예 카드사를 찾아가 몸싸움을 벌이는 ‘폭력형’도 있다.

B카드사 고객 조모씨(62)는 막무가내로 카드대금 50%만 감면해 달라고 요구하다가 직원과 몸싸움을 벌여 법정에까지 서게 됐고 정모씨(37)는 “실직상태인데다 아기가 아파서”라며 반나절 동안 직원을 잡고 읍소를 하기도 했다.

최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 연체율이 급격히 늘면서 이처럼 ‘못 갚겠다’는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 A카드사의 연체관리 담당자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못 갚겠다’며 버티는 채무자가 100명 중 1, 2명에 불과했으나 요즘은 최소한 15, 16명가량이 된다”며 “4월부터는 당신 맘대로 하라는 ‘막가파형’이 주를 이루었고 7월 이후에는 연체금 일부를 깎아달라고 조르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기 위한 정부 방침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개인 카드 빚 증가에는 신용카드사 책임도 크다는 사회분위기에 편승하려는 경향 때문이라는 게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한편 올 들어 7월말 현재 LG, 삼성 등 9개 전업카드사의 연체율(매각채권 포함 기준)은 6.79%로 작년 말 4.36%, 3월말 5.05%, 6월말 6.29%에 비해 급격히 높아졌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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