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터 등 광고제작부서 직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이 AE는 광고주에게 각종 자료를 챙겨주고 광고의 방향을 기획하며 늘 무대 아래에서 뛰어다닌다.
광고주와 광고 전반에 대해 토의도 하지만 때론 광고주들의 각종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입장 때문에 ‘심부름꾼’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AE가 제작부서로 자리를 옮기길 바라는 것도 사실이다.
“자기 하기 나름이죠. AE만큼 광고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자리도 없습니다. 보이는 만큼 광고에 대해 할 말이 많아지죠. 그럼 그 말을 해야 합니다.”
1984년 LG애드의 AE로 광고계에 첫 발을 내디딘 고 부사장은 18년 동안 AE로 살아온 광고 인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제작부서에는 참견 많은 AE로 소문이 났지만 그만큼 고 부사장의 역량은 여러 광고에서 빛을 발했다.
그는 87년 오리콤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00년 대한민국 광고대상 최우수상(삼익피아노), 95년과 98년 대한민국 광고대상 우수상(그린소주, OB라거) 수상으로 오리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99년 독립해 만보커뮤니케이션사를 세운 뒤엔 2000년 LG텔레콤 광고로 대한민국 광고대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올 3월 오리콤에서 만보를 인수할 때도 고 부사장의 요구는 ‘AE로서의 활동성과 자율성 확보’였다.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 다른 팀의 광고에도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사이 AE의 역량은 높아집니다. 그만큼 공부도 해야 하고요.”
오리콤으로 돌아온 고 부사장이 광고제작회의 때 AE들에게도 광고아이디어를 발표하도록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광고제작팀과 AE간의 팀워크가 조화를 이루면서 오리콤은 최근 경쟁입찰에서 6연승을 구가하고 있다.
“늘 (일에) 미치고 싶다”는 그는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인 남매의 아버지로 현재 경기 안양시 평촌에 살고 있다. 취미는 영화감상과 노래부르기.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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